사회 사회일반

"사스·메르스때보다 더 힘들어요"…임대료만 날리는 상인들 [코로나19 공포 확산]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3 17:53

수정 2020.02.23 17:53

코로나보다 무서운 소비위축
최소 50명 오던 손님 3분의1 토막
주말인데도 시장 손님 하나 없어
교회 문닫아 주변 식당들도 한산
대구·경북지역 상가들은 더 심각
지자체 졸속 대응에 불안감 증폭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서울 영등포 청과물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렸다. 사진=김범석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서울 영등포 청과물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렸다. 사진=김범석 기자
23일 전북 전주에 있는 바울교회 내부가 단 한 명의 신도도 없이 텅 비어 있다. 바울교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1982년 교회 창립 이후 처음으로 본당을 폐쇄하고 주말 예배를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대체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뉴시스
23일 전북 전주에 있는 바울교회 내부가 단 한 명의 신도도 없이 텅 비어 있다. 바울교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1982년 교회 창립 이후 처음으로 본당을 폐쇄하고 주말 예배를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대체했다. 뉴시스
"쥐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당장 이달 임대료 걱정이 앞선다." 서울 연남동, 일명 '연트럴파크'로 유명세를 올리고 있는 한 포장전문업체 대표 K씨의 말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커진 지난 21~23일 찾은 서울 중심상점가와 전통시장에선 주말답지 않게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스·메르스 때보다 더해"

서울 강남의 대표 전통시장인 영동시장에도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보통 시장에서는 음식이나 각종 물품을 옮기는 오토바이 소리를 자주 들을 법하지만 이마저도 뜸했다.

20년 이상 이곳에서만 장사를 해온 상인들은 이 정도로 장사가 안된 적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초기 확진자들이 강남 일대를 오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상인 박영자씨는 "손님이 최소 50명은 와야 유지가 되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10~30명 온다"며 "여기서 장사한 지 26년 됐는데 사스, 메르스 때보다도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70대 상인은 "40년 넘게 장사했는데 망하기 일보직전"이라며 "예전에는 장사가 되니 먹고살았지, 지금 같으면 못 산다"고 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엔 길에 10명이 다녔다면 지금은 1~2명 있는 수준"이라며 "낮이고 밤이고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송인순 영동시장 상인회장은 "요즘 장사가 하도 안되다 보니 임대료나 전기비 등 감안하면 적자 보면서 생돈 날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던 서울 연남동도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연남동에서 만두 제조판매를 해온 가게 대표는 "문을 닫고 싶은 마음 뿐이지만, 임대료와 직원들의 임금 때문에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받기 위해 나와 있다"고 말했고, 인근의 삼겹살 포장업체 대표는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닌 음식을 포장해 판매하고 있지만 매출은 전달 대비 30%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교회 인근 식당가, 주일에도 직격탄

교회 인근 식당가들도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교인들이 참여가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교회 옆에 자리한 중국음식점 관계자는 "2주 전보다 지난주가, 지난주보다는 이번주에 손님들이 확연히 줄고 있다"며 "당장 이달 임대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매출은 매주 10~20%가량 줄어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소상공인뿐 아니라 외국계 대형 카페 역시 상황이 마찬가지다. 광화문 사거리와 면세점, 백화점이 위치해 있어 면세점 직원과 관광객으로 자리가 부족했지만 이날은 한산했다.

서울 유명 관광지인 남대문시장에도 문을 닫은 점포가 눈에 들어왔다. 일요일 문을 닫은 점포는 더러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점포가 문은 닫은 것은 드물다는 게 남대문시장 상인의 말이다.

남대문시장에서 모자 판매업을 하고 있는 A씨는 "남대문시장에는 도매상들이 많아 주말, 특히 일요일에는 쉬는 점포들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이 정도로 문을 닫은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왜 문을 닫지 않느냐고 묻자 A씨는 "하나라도 더 판매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심지어 남대문시장 안 골목에 있는 식당가에는 조선족 직원들조차도 눈에 띄지 않았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한국말에 서툴 경우 조선족(중국)으로 인식돼 손님들이 싫은 기색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며 "손님도 줄어들어 휴가를 보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상인 상황은 더 심각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대구·경북 상인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음식점에 사람이 안 오고 행사가 취소되는 건 당연한 일.

대구 북구에서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숙씨는 "백화점에 행사가 있어서 진열장을 주문받고 결제도 끝났는데 갑자기 취소됐다. 백화점 직원이 '행사 안할 것 같아서요'라고 답했다"며 "중심가 식당은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오히려 큰 음식점일수록 더 줄었다. 대구에서 유명한 갈비탕집은 70%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씨는 "울산을 다녀왔는데 울산에서도 외부인하고는 접촉하지 말라고 한다더라. 나도 대구 사람인 걸 숨기고 다녀왔다"며 "말이 말을 만든다고 옛날에 괴질이나 흑사병처럼 뜬소문도 돈다. 빨리 사태가 가라앉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사망자가 나온 경주시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어제 아래(19일)부터 경기가 급격하게 떨어진 게 말로 표현을 못한다. 특히 경주는 관광도시라 사람 적어진 게 바로 느껴진다"며 "도건, 시건 그동안 '대구 경북은 청정지역'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허둥지둥하는 게 느껴진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관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움직여줘야 시민들이건, 상인들이건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며 "다른 도시에선 마스크도 몇만장씩 소상공인들에게 나눠주고 현장 목소리도 듣는다는데, 시청이나 도청에서 우리들과 대화하자는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kjw@fnnews.com 강재웅 구자윤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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