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주도권 쥔 LG도·위기 몰린 SK도… 판결보다 합의 기대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6 17:37

수정 2020.02.16 21:16

'국제소송'건 LG, 유리한 판결받아
 SK는 '美거부권' 실낱같은 희망
 中·日 배터리기업들, 소송틈 노려
 업계 "합의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당사는 남아있는 소송절차에 계속해서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LG화학)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이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SK이노베이션)
주도권 쥔 LG도·위기 몰린 SK도… 판결보다 합의 기대
주도권 쥔 LG도·위기 몰린 SK도… 판결보다 합의 기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14일 양사는 '대화의 문' '협력해야 할 파트너'를 거론하며 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조기패소 판결이 LG화학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LG화학이 합의의 주도권을 갖게 됐다. 물론 양사가 ITC의 최종 판결과 함께 ITC 판결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고려해 끝까지 대립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양측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터리전쟁, 합의 물꼬 터져

이날 조기패소 판결이 나오면서 양측의 소송전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올 12월에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10월 전으로 당겨졌다. 앞으로 양사의 배터리 전쟁 시나리오는 크게 최종 판결 전 합의와 ITC의 남은 절차 진행으로 나눠진다.

문제는 조기패소 판결이 LG화학에 유리하게 나왔기 때문에 최종 판결도 이와 같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ITC 통계자료에 따르면 영업비밀 소송의 경우 ITC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이 ITC 위원회의 최종 결정으로 그대로 유지됐다. 특허소송인 경우에도 90% 정도의 비율로 유지됐다.

물론 최종 판결이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하게 나온다 하더라도 막판 뒤집기 카드는 남아 있다.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이익을 고려해 ITC의 최종 판결을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제2의 공장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럴 경우 양쪽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에 기대를 걸어야 하며, LG화학도 국내 문제를 국제소송전으로 끌고 갔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업계에서는 양측이 합의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국의 배터리시장 주도권 싸움

성장하는 배터리산업 상황도 양사가 합의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정부 역시 양사의 극단적 대립이 국내 배터리산업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산업 전망치는 전망하는 기관이나 기업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국내 배터리시장 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10년 뒤 올해보다 20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는 2030년 세계 리튬이온 이차전지 시장 수요량이 총 3392GWh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작년 기준 수요량(198GWh)과 비교해 약 17배 늘어난 숫자다.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면서 각국 배터리 업체들은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독일 자동차회사인 오펠과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의 배터리 자회사인 사프트가 세운 합작법인이 24GWh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독일에 건설하기로 했다. 테슬라도 최근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졌다. 바스프 역시 독일에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공장을 세운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업체에 보조금을 주면서 배터리기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소송전을 이어가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의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시장점유율은 15%를 달성했다.
10위 안에 한국기업이 3개, 중국기업 4개, 일본기업이 3개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산업 관점에서 살펴보면 양사가 원만하게 합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밝혔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