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0개월간 치킨게임' LG-SK 배터리 전쟁…승기 잡은 LG화학(종합)

뉴스1

입력 2020.02.16 11:22

수정 2020.02.16 20:53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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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지난 10개월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에서 LG화학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조기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ITC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LG화학은 미국 ITC가 지난 14일(현지시각) LG화학-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이에따라 오는 3월 예정됐던 SK이노베이션의 변론 등의 절차는 모두 생략되고 10월5일까지 ITC의 최종결정만 남게 됐다. ITC가 최종결정을 내리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는 미국으로의 수입이 금지되는 효력이 발생한다.


양사간 '배터리 전쟁'은 LG화학이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ITC에 제소하며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년간 자사 전지사업 본부의 핵심 인력 76명을 빼가 전지 사업을 집중 육성했다는 게 LG화학의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6월 LG화학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며 국내 법원에 LG화학측의 손해배상과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달라는 채무부존재 확인을 청구했다. 9월에는 반대로 'LG화학이 자사의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고 ITC에 제소하기도 했다.

사태는 지난해 11월 LG화학이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며 새 국면을 맞았다.

SK이노베이션이 직원들에게 LG화학 관련 이메일을 지우게 하는 등 조직적·고의적으로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했고, 포렌식 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에 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LG화학에 따르면 지난해 4월8일 LG화학으로부터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내용증명을 담은 경고 공문을 받은 직후 SK이노베이션이 3만4000개의 파일 및 메일에 대해 증거인멸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지난해 4월 29일 LG화학이 소송을 제기한 바로 다음 날에도 소송의 증거가 될 만한 자료의 삭제를 지시한 이메일이 발송되기도 했다.

아울러 ITC가 75개 엑셀시트에 대한 포렌식을 명령했지만, 그중 1개에 대해서만 포렌식을 진행하고 나머지 74개 엑셀시트는 은밀하게 자체적으로 포렌식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조기패소 판결은 LG화학이 ITC에 요청한 지 3개월 만에 이뤄졌다.
앞서 ITC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지난해 11월과 12월 재판부에 'LG화학의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조기패소 판결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LG화학의 '증거인멸' 주장을 ITC의 산하 기관이 인정했다는 건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었다.


LG화학은 이번 판결에 대해 "조기패소판결이 내려질 정도로 공정한 소송을 방해한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법적 제재로 당사의 주장이 그대로 인정된 만큼 남아있는 소송절차에 끝까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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