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축제, 코로나 무풍지대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0 11:14 수정 : 2020.02.10 11:15

동물해방물결 성명서

[파이낸셜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못했으나, 야생동물거래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 정설화 되고 있다. 전염병 최악의 단계인 판데믹(범유행:汎流行)으로 치달을 수 있는 병의 전염 경로는 물론 야생동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년 아프리카 돼지 열병처럼 가축을 통해서도 퍼진다. 이처럼 동물의 대량 사육, 거래, 유통은 관리체계가 갖춰져 있어도 각종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단 몇주간 약 80만 마리의 어류를 사람이 집중적으로 만지고 낚는 <화천 산천어 축제>가 한창이다. 전국 학교들이 속속 개학까지 늦추는 비상시국에, 중국발 관광객이 특히 많으며 접촉이 빈번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축제장이기에 예방 차원에서라도 폐쇄를 고려해야할 행사는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산천어 축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미 지난달, 11개의 동물/환경 단체로 이뤄진 <산천어 살리기 운동 본부>가 산천어 축제를 동물 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오락과 유희 및 영리 목적으로 동물을 학대하고, 아이들이 살상에 무뎌지도록 조장하는 반교육적 행사 내용을 비판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국내외 각계각층에서 공명되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은 산천어 축제에 대해 “오늘 같은 시대에 여전히,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고문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당연시 된다는 것은 놀랍고 소름 끼치는 일입니다”라고 전했다. 또,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주 언론과의 인터뷰 중 산천어 축제 관련 질문에 “생명을 담보로 한 인간중심의 향연은 저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우리의 환경 및 생태 정책을 총지휘할 책임이 있는 고위 공직자로서 균형 잡힌 시선은 물론, 지식인으로서의 용기도 보여준 소신 발언이었다.

조 장관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축제 형태가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여러 지자체에서 복제/재생산 되면서, 동물학대 와 생명경시 문제 뿐만 아니라 축제장으로 전락해버리는 하천 생태계의 피해 등 환경문제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즉, 장관 개인의 발언에서 한걸음 나아가 환경부는 물론 농림부 등 관계 부처 차원에서 이런 비판적 시각이 진작에 나왔어야 마땅하고, 축제 기획 단계에서 사전 환경영향평가 의무화 등 제도적 대책도 서둘러 강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산천어 축제의 홍보대사였던 소설가 이외수는 오히려 조 장관을 비난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외수는 “돼지, 소, 양은 행복하게 사육되고 있나?”라는 주제와 무관한 말을 하거나 “자갈을 구워 먹는 방법이나 모래를 삶아먹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고 싶다”는, 지각 있는 존재와 무생물을 구분하지 못하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들은 화천군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말은 사실상 화천군민을 저평가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학대와 살생 없이 화천군민은 어떤 축제도 열지 못한다는 것인가?
또, 김진태 (춘천) 국회의원은 “(축제장의) 얼음이 얼지 않아 울상인데 재뿌리는 격”이라는 반응이다. 왜 얼음이 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전세계가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대해 무지하지 않는다면, 이같은 현상이 일회적인 우연이 아님을 알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인간 활동이 만든 온실가스로 인해 최근 5년, 최근 10년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가장 높고, 2019년은 역대 2~3위의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이런 모델의 축제는 앞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환경적 조건은 물론 우리 사회의 윤리의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몇년간 찬사와 호황을 누렸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돈만 잘 벌면 그뿐이다”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니 문제 삼지 말라”는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환경과 동물복지, 기후 위기, 전염병 까지 모두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필수가 된 세상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축제 자체의 중단을 요구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동물을 쓰지 말 것, 생명/생태 친화적으로 프로그램을 개편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수의 말처럼 축제 관계자들이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책과 보완책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변화된 모습을 하나라도 보여주길 바란다. 지금까지는 단 하나의 사례도 없었다.

산천어 축제가'“대한민국 대표 축제'라는 타이틀을 그토록 자랑해왔고, 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았다면 “왜 나만 가지고 그러냐”는 피해자 코스프레와 같은 태도가 아니라, 대표격에 걸맞는 행동이 요구된다. 지금까지처럼 변명에 급급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일개 동물단체의 지적 때문이 아니라 축제 자체가 지닌 무분별함, 황금 만능주의 그리고 반환경적/반생명적 성격 때문에 스스로 자멸할 것이며, 시민들에게도 점점 외면당할 것이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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