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원순 "원칙·절차 지키는 시민이 신종코로나 방역에 결정적 역할" [지자체장 2020 정책대담]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9 17:35

수정 2020.02.09 17:35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듣는다
초기 서울시가 제안한 내용들
중앙정부서 적극 받아들여 대처
'부동산 공화국' 특단의 대책 필요
국민공유기금 일부 한계 있지만
서울시가 먼저 시도해볼 것
재개발은 주민 뜻 따라 추진
'타다' 찬성·반대 흑백논리보단
쉽고 저렴한 서비스 제공에 초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서울시청사 집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아직 지역감염 단계로 확산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서울시청사 집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아직 지역감염 단계로 확산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지난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16번째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 같이 업데이트되는 감염증 확산 상황을 보고받고, 서울 곳곳으로 현장점검을 나가느라 일정을 '분 단위'로 쪼개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늦은 오후 어렵게 시간을 낸 박 시장을 시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박 시장은 직전에 열린 긴급대책회의를 마치자마자 숨돌릴 틈도 없이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로 들어섰다. 그는 "악수 대신 우린 이렇게 합시다"라며 팔꿈치를 맞댔다. 얼마 전 간부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직접 제안한 새로운 인사법이다. 가뜩이나 신년 인사들이 많이 오가는 시기에, 가급적이면 손을 맞잡는 것보다 팔꿈치로 인사를 대신 하자는 취지다. 올해 신년 시정에 대한 박 시장의 구상과 포부를 듣기 위한 인터뷰 자리였지만, 대화는 곧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시작됐다. 그는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 서울시는 메르스 때의 경험을 살려 대처하고 있다"며 "다행히 서울시가 초기에 제안한 대응 방안들이 중앙 정부에 곧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대담 = 곽인찬 논설실장

―입국 금지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자는 여론에 대한 견해는.

▲국민의 불안과 두려움으로 보면 그런 주장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현재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전역이 감염 가능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이날 확인된 16번째 확진자는 태국에서 귀국). 우리가 국경을 완전히 차단하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막을 수는 없지 않나.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처럼 국경을 막지 않고도 방역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지나친 불안과 두려움이 우리의 방향성이 돼서는 안된다. 늑장대응보다 과잉이 낫다는 점과, 정보에 대한 투명성 등의 원칙이 현재 잘 작동하고 있다. 증세가 있는 시민은 즉시 선별진료소를 찾거나 자가격리를 하는 등 협조도 원활하다. 이런 국민적 협력과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지나치게 과장된 불안감은 또 하나의 '바이러스가' 될 수 있다.

―현재 중앙정부와의 협력 상황은 어떤가.

▲초기에 제안한 내용들을 중앙정부가 모두 수렴했다. 총리와의 영상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정의에 인후통을 포함시켜 달라는 것과 의심환자 신고 대상을 후베이성 전체로 확대해 달라는 것 등은 모두 초기에 제안했던 것. 또 하나가 3만7000여명에 달하는 서울에 있는 중국 유학생에 대한 것이다. 신학기를 맞아 개강 연기나 온라인 강좌방식 등을 국무회의에서 제안했는데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모든 것은 현장에 답이 있다. 과거에는 지방정부의 혁신적 아이디어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다. 지금은 우리가 제안하면 중앙정부가 열심히 받아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불안해하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중국 정부가 초동단계 대응에 실패하면서 우한을 넘어 심각하게 번지고 통제불능 상태가 됐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초기부터 이 상황에 엄밀히 대응해왔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지는 것을 현재 막아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정부는 WHO가 정한 원칙 이상의 합리적이고 과학적 방역 역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 국민들이 행동 가이드라인이나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정부가 잘하려 해도 확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시민들은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다산콜센터나 1339 문의전화가 쇄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원칙과 절차를 지키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확산 방지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연초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 가서 느낀 점은.

▲서울이 처음 참여했는데, 디지털 시민시장실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컸으며, 서울시가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다는 걸 증명했다. 또 스마트시티 분야에 집중하는 CES 서울 개최를 제안했는데, 게리 샤피로 CTA(CES 주관사) 회장이 대단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번 방문 이전부터 추진해 왔던 일이고, 성공 확신을 가지게 할 만한 몇 가지 접점을 확인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부동산공유제(국민공유기금 조성) 도입을 주장했다. 현실성은.

▲부동산으로 떼돈 버는 퇴행적 부동산공화국을 퇴출하기 위해선 종전의 제도나 법령의 범위를 넘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해법으로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기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한 것. '부동산 공유기금' 조성·운영은 일부 한계가 있지만, 서울시가 먼저 시도해볼 계획이다. 보유세 등 부동산에 대한 세입으로 기금을 만들어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매입하고, 기업과 국민에게 공급하는 게 골자다. 개발행위에 따른 각종 부담금 환수를 통해 기금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기금조성 태스크포스(TF)를 단계별로 운영해 조속히 추진하고, 실행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박원순 "원칙·절차 지키는 시민이 신종코로나 방역에 결정적 역할" [지자체장 2020 정책대담]

―임대차와 관련, 중앙정부 권한을 지자체에 넘겨달라고 했다.

▲임대차 권한의 지방화·분권화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주택보급률, 주거비 부담수준, 임대 양태 등 지역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은 현장을 잘 아는 지방정부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베를린 시장은 5년간 시내 임대료 동결이라는 파격적 조치를 취했다. 서울은 임차인의 거주안정성과 전월세 가격 안전성을 동시에 도모하려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필요하다. 서울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증가율(7년간 11%)보다 주택가격 상승률(7년간 44%)이 훨씬 높다. 세입자들은 계약만료일 6개월 전부터 집주인에게 전화가 올까봐 불안해하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국회와 정부에 관련법령 개정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고, 앞으로도 세입자와 집주인의 권리를 함께 보호하도록 중앙정부와 협의하겠다.

―부동산은 공급이 아니라 투기가 문제라고 말했다. 아파트 재건축을 더 조이겠다는 뜻인가.

▲공급은 안정적으로 늘었는데, 한명이 투기로 두세 채씩 보유하면서 실소유자에게 주택이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지적한 것. 아파트 재건축은 인위적으로 죌 수 없다. 서울시는 '시민 주거안정'이 주택정책의 최우선 전제조건이다. 서울 전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강남권 일부 단지의 재건축 추진시기에 신중을 기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은 주민의 뜻에 따라 추진된다. 서울의 아파트 공급량은 안정적으로 확대돼 왔다. 취임 후 7년간 아파트 신규 인허가 물량은 취임 전보다 많았다. 2014년 이후 신규 아파트 공급(준공) 물량은 전보다 연간 4000가구 이상 늘어났다. 향후 5년간도 아파트만 연평균 4만9000가구(준공물량 기준)가 공급될 예정이다.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에 대해 우호적 평가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2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남북 체육장관 3자간 고위급회의에서 2032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 및 개최 의향을 발표했을 때 "역사적인 제안"이라고 호응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의 경색국면이 계속되면서 사실상 유치전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유치 결정이 내년, 후년 사이 이뤄진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시간도 촉박하다. 구체적인 올림픽 유치 준비에 나서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평화 무드를 조성할 책임이 있다. 이번 미국 순방에서 미국 외교협회(CFR) 연설을 통해 한반도 일대에 군사훈련을 포함한 일체의 긴장고조와 적대행위들을 잠정 중단할 것을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스캇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매우 창의적이고 대담한 건의'라고 평가했다.

―국회에서 논의된 일명 '타다금지법'에 찬성하나.

▲국토부와 서울시는 물론 7만2000대 택시업계와 플랫폼 업계가 함께 상생하고 시민서비스 질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가야 한다. 그동안 벌어진 다양한 사회적 논쟁은 시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플랫폼 업계와 택시업계가 상생하는 최선의 지점을 찾기 위한 진통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찬성·반대의 흑백논리로 접근하기보다 시민에게 빠르고, 예측가능하고 쾌적한, 쉽고 저렴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총선 끝나면 다음은 대선이다.
'대선 후보 박원순'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복안은.

▲'정치의 시간표' 이전에 '시민의 시간표' '민생의 시간표'가 있다. 저는 지금껏 그래왔듯 시민의 시간표, 민생의 시간표에 맞춰 다양한 시민 삶의 문제, 그 매듭을 풀어 나가겠다.
지난 8년간 서울시민과 함께 축적해 온 시민력, 현장력, 혁신력으로 시민의 삶을 바꾸고 서울의 미래를 바꾸는 데 매진하겠다.

정리=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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