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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루트 닮은꼴’ 20곳 더 있다… 약 2조 달할듯 [마켓워치]

배지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8 18:17

수정 2020.01.28 18:29

알펜루트, 개방형펀드 자산 대비
10% 넘는 대규모 환매 발생
TRS 계약 해지 이어질 경우
유동성 위기 확산될 우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여파로 알펜루트자산운용이 펀드 환매를 연기에 나섰다. 증권사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해지하기 시작하면서 운용사의 유동성 위기가 촉발된 탓이다. 상당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증권사와 TRS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산운용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은 개방형 펀드 자산 대비 10% 이상의 대규모 환매가 발생했다. 알펜루트 측은 이러한 대규모·일괄 환매 청구에 기계적으로 응한다면 투자자 간 형평성 훼손의 우려가 있어 환매 연기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의 유동성 이슈는 이들 펀드의 수익증권을 TRS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부서들이 사모펀드 시황 악화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촉발됐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운용사와 맺은 TRS 계약을 줄이어 해지했을 때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는 TRS 계약에서 운용사의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운용사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금 규모를 2~3배로 키우고 이 돈으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자산운용사들의 고수익 투자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자금 대출의 형태로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몇 년간 큰 수익원이 돼왔다. 현재 PBS 영업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만이 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종투사로 지정된 대형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TRS 계약도 늘려왔다.

하지만 라임 사태가 터진 이후 증권사들은 운용사로부터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TRS 관련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라임 사태를 계기로 TRS 계약을 통한 높은 레버리지(차입) 거래는 위험 노출도가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운용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당장 보유자산 매각이나 유동화가 어려워 전체 펀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개별 운용사와 증권사 간의 TRS 계약 규모는 공시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TRS 계약을 맺은 운용사를 약 20곳, 자금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TRS를 회수한다고 모든 자산운용사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TRS 거래를 통해 일으킨 레버리지의 규모가 크고,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한 비중이 높을 경우 알펜루트자산운용과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bjw@fnnews.com 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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