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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없는 '타다 해결 모델'…"정부 개입 원칙부터 세워야"

뉴스1

입력 2020.01.28 06:05

수정 2020.01.28 06:05

서울 시내에 타다 차량이 운행하고 있다. 2019.1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 시내에 타다 차량이 운행하고 있다. 2019.1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간) 스콜코보 혁신센터를 방문해 센터내 스콜테크 캠퍼스 시설을 둘러보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기재부 제공) 2019.9.25/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간) 스콜코보 혁신센터를 방문해 센터내 스콜테크 캠퍼스 시설을 둘러보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기재부 제공) 2019.9.25/뉴스1

(세종=뉴스1) 한재준 기자 = 정부가 타다-택시업계로 대표되는 신·구산업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타협 메커니즘을 내달까지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아 또다시 미봉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해당사자 간의 타협 방안으로 상생혁신기금, 이익공유 협약에 더해 정부 재정을 통한 융자지원까지도 고려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타협 메커니즘을 적용해야 할 상황, 원칙부터 설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규제혁신' 열쇠 한걸음모델은 아직도 제자리걸음

가칭 '한걸음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은 공유경제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의 핵심규제를 기존 산업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풀어보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

Δ신사업 출현 Δ의견수렴 및 갈등요소 명확화 Δ사회적 타협 Δ합의 도출이라는 기본 골격은 기존 타협기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의견수렴과 사회적 타협 과정에서 일반 국민의 참여도를 높이고 정부 역할도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의견수렴 과정에서는 규제개선과 관련한 이해당사자 간의 끝장토론(해커톤)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의 경우에는 국민 의견도 반영하기로 했다.

사회적 타협 방안으로는 상생혁신기금과 이익공유 협약 체결(MOU), 협동조합 결성, 규제샌드박스 등을 예시로 들었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사회적 타협을 위한) 일부 메뉴가 개발돼 있는데 제안된 것 가지고는 진전하기 어려워 해외사례나 이미 성공한 사례 등 작동될 수 있는 10여 가지 이상의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며 "(메커니즘 개발을) 1~2월에는 끝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홍 부총리가 한걸음 모델 완료 시한을 이달 또는 2월로 콕 집어 말했지만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은 여전히 구상 단계에 머물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걸음 모델과 관련해 "현재 모델을 구상하는 단계다. 어떤 산업을 대상으로 할지 고민 중"이라며 "기재부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가다듬고 있어 민간과의 소통도 아직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걸음 모델 발표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이지만 실질적 이해관계자인 업계의 의견 수렴도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도 "경제정책방향에 제시된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은 일종의 예시일 뿐"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신·구산업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자는 정부 정책이 시간에 쫓겨 또다시 미봉책으로 그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걸음모델 적용 원칙이 우선…개입할 때는 확실히 해야

전문가들은 한걸음 모델이 제대로 된 타협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부터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걸음 모델이 적용돼야 할 상황, 산업 특성에 관한 기준부터 마련돼야 앞으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신산업이 기존 산업과의 마찰 없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걸음모델과 관련해 "그동안 신·구산업 갈등이 타다와 택시업계에 국한돼있었는데 앞으로는 이 같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원리원칙을 가져가야 한다"며 "신산업 출현으로 인한 기성산업의 피해에 정부 책임이 있다면 정부도 비용을 부담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타다와 택시업계 갈등을 예로 들며 "택시 산업은 정부의 면허제도를 통해 보호를 받아왔는데 타다가 보호막을 깼다. 그렇다면 (타다의 진출을 위해) 정부도 재정을 투입하거나 신산업에 추가적인 세금(법인세)을 부과하는 방식을 통해서라도 어느 정도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로 기존 산업이 기술적인 측면에 의해 신산업으로 대체될 경우에는 (한걸음모델로도) 막을 수 없고 정부도 개입할 수 없다"며 "이런 경우에는 안타깝지만 쇠퇴하는 산업 근로자들이 신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지금은 신·구산업 갈등 문제를 두고 기성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갈등이 사회적 문제가 된다면 타협 기구에 소비자와 전문가도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수렴된 의견을 통해 합의된 중재안에 대해서는 누구나 수용하도록 타협 메커니즘의 논의 결과를 법제화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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