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친척 보고싶지만…결혼 안하냐 물어볼까 걱정돼요"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3 13:05

수정 2020.01.23 13:05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귀성객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귀성객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오은선기자

[파이낸셜뉴스] "친척들이 결혼 안하냐 물어보면요? 소개시켜달라고 할거에요"
23일 오전 10시반께,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를 기다리는 이모씨(30·여)는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서른이 되고 나서 부쩍 늘은 "결혼 안 하냐"는 친척들의 잔소리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부모님 생각해서 설과 추석 매번 가긴 가는데, 내년부턴 1년에 한 번만 가고싶다"며 "주변에 친구들도 대부분 안내려가는데 나만 쉬는날 못 쉰다고 생각하면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새로 태어난 친척조카가 보고싶어 가긴 가지만 내년엔 꼭 서울 남자와 결혼해서 안내려가고 싶다"며 웃었다.


이날 고속터미널 경부선 대합실에는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더 많은 귀성객들이 몰렸다. 나흘 연휴를 앞두고 큰 캐리어과 선물상자 등 양손 가득 짐을 든 채 설레어하는 발걸음도 많았지만, 고향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23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대합실. 오후가 되자 고향에 내려가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사진=오은선기자
23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대합실. 오후가 되자 고향에 내려가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사진=오은선기자

부산이 고향인 권모씨(29·여)도 이씨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권씨는 "이직을 하는게 어떻겠냐, 만나는 남자가 있냐 등 최근 부모님의 잔소리가 부쩍 늘었다"면서도 "그래도 설은 큰 명절이니 기쁜 마음으로 내려가려고 선물도 샀다"고 했다.

올해 결혼을 앞두고 집안 인사를 드리려 내려가는 커플은 다소 긴장한듯한 모습이었다. 여자친구와 경주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정모씨(35)는 "명절에 온 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인사드리러 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명절이 이렇게 긴장이 많이 되기는 평생 처음이다"고 했다. 함께있던 김모씨(32·여)는 들고있던 홍삼 박스를 내보이며 "선물을 이것저것 샀는데 좋아하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짧은 연휴 탓에 먼 고향 대신 여행을 택하는 시민도 있었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박모씨(24)는 친구들과 강릉 여행을 떠난다.
박씨는 "친구들이랑 평소에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명절은 다들 시간이 맞아 계획하게 됐다"며 "이번 여행은 전역 기념 우정여행이라 부모님들도 이해해주셨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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