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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추억 제주판 에버랜드 철거…숙박시설 들어서나

뉴스1

입력 2020.01.22 15:39

수정 2020.01.22 15:39

제주시 건입동 탑동광장에 있는 놀이공원 '영프라자(옛 제주월드21)가 철거되고 있다. /© 뉴스1
제주시 건입동 탑동광장에 있는 놀이공원 '영프라자(옛 제주월드21)가 철거되고 있다. /© 뉴스1


제주시 건입동 탑동광장에 있는 놀이공원 '영프라자(옛 제주월드21)가 철거되고 있다. /© 뉴스1
제주시 건입동 탑동광장에 있는 놀이공원 '영프라자(옛 제주월드21)가 철거되고 있다. /© 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22일 오후, 제주시 건입동의 탑동광장에 있는 놀이공원 '영프라자(옛 제주월드21)'.

평소라면 들렸을 아이들의 행복한 비명소리 대신 휑한 풍경 속에 철거된 놀이시설 구조물을 치우는 둔탁한 중장비 소리만 울려퍼졌다.

영프라자는 대형테마파크가 없던 제주에서 아이들의 동심을 채워주던 놀이공원이다.
도민들 사이에서는 반농담조로 제주의 에버랜드, 제주의 롯데월드라고 불렸다.

2018년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월드 내에 신화테마파크가 개장하기 전에는 제주에 에버랜드같은 대형놀이공원시설이 없었다.

영프라자는 2000년 8월 일반유원시설업으로 허가받아 개장한 뒤 여러차례 이름을 바꿔가며 20년간 제주에 몇 안되는 야외놀이공원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5000여㎡면적에 바이킹과 회전목마, 범퍼카, 타가다 등 다양한 놀이기구를 갖췄다.

지금보면 초라해보일 수 있지만 초기에는 제주에서 흔치않은 놀이공원이어서 아이는 물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몰이를 했다.

특히 40명이 탈 수 있는 바이킹은 도심지 한가운데서 바다를 끼고 스릴을 맛볼 수 있어 관광객들이 찾을 정도로 제법 인기가 많았다.

세월이 흘러 여기에서 놀이기구를 탔던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된 뒤 다시 찾아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은 20년간 수차례 소유자가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경매에 넘어가는 아픔도 겪었다.

공원 부지는 2016년 지하1층 지상 6층, 객실 188실 규모의 숙박시설로 추진되다 제주도 건축계획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좌절됐다. 2018년에는 300억원대 부동산 매물로 떴다.

결국 지난해 10월29일 소유주가 부지 매각을 이유로 폐업신고해 모든 시설물이 철거됐다.

이날 현장을 찾았을 때에도 추억 속 놀이기구는 모두 사라지고 폐기물업체가 남은 시설물을 옮기며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때 방문객이 줄을 섰던 매표소는 폐가나 다름없이 텅빈 공간에 덜렁 서있었다.


업계에서는 해당 부지에 4년 전 계획대로 숙박시설이 지어질 것이란 추측이 돌고 있다. 탑동에는 시원한 바다 풍광을 볼 수 있는 관광객용 호텔들이 즐비하다.


도민 홍모씨(33)는 "처음 놀이공원이 생겼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바이킹을 타다 함께 있던 사촌동생이 울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사라졌다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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