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선박 보호, 美·이란 '수용'…호르무즈 독자 파병 '막전막후'(종합)

뉴시스 입력 :2020.01.21 18:27 수정 : 2020.01.21 18:27

美 요구에 호응하면서도 이란과 관계 감안해 결정 "중동 교민 2만5000명 거주, 원유 수송 70% 차지" "우리 선박 900여회 통항하면서 신속한 대응 요구" 정의용, 강경화 잇따라 방미…미국에 이해 구한 듯 이란과의 마찰도 피하며 외교적 균형 유지 선택 "지난 주말 이란과 협의…韓파병 결정에 우려 표명" 한·이란 관계는 관리 입장…韓 지원 방안 검토할 듯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 파병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1.2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정부가 아덴만 일대에 파견돼 있는 청해부대의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의 호르무즈 독자 파병 결정에 앞서 미국과 이란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 시 중동지역에 있는 국민 안전과 선박 보호, 안정적 원유 수급 등 국익을 고려한 파병 결정이라는 점을 양국에 설득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한 기여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면서 경제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도 감안해 양국 모두 수용 가능한 절충점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해부대 파견지역, 한시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

국방부는 21일 "우리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이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 일대까지 확대되며 우리 군 지휘 하에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청해부대 파병이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 확보 차원, 즉 국익에 우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방부는 "중동지역에는 2만5000여명의 우리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는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우리 선박이 900여회 통항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 역시 "호르무즈 파병은 우리의 국익 때문이다. 국익 속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해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국제적 필요성도 들어있다"며 "이를 감안해 종합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독자 파병 결정을 앞두고 미국은 물론 이란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드론 공습으로 이란의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하며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이란은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두 곳에 보복 공격을 단행했으며 미국 우방국들에 이란에 대한 공격에 가담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국방부 당국자는 "우리가 결정해 미국에 협의했고 이란에도 외교부에서 설명했다"면서 "미국은 한국의 결정에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수준의 반응이었던 걸로 안다. 이란도 기본적인 입장을 밝힌 걸로 파악하고 있고 우리 결정을 이해하는 정도로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정부는 21일 "현 중동 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美 호르무즈 해협 국제적 기여 요청부터 파병 결정까지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이 잇따르자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이른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동맹국의 참여를 요청해 왔다.

이후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직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한국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파병 문제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연초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위기가 고조되며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신중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현안보고에 참석해 "정세 분석에 있어서나 중동 지역에 있는 나라들과 양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미국 입장과 우리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순 없다"고 밝혔다.

이후 열린 NSC 상임위원회에서는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참석해 최근 중동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함께 석유 가스 수급 동향 등에 대해 보고했다. 회의 직후 청와대는 "우리 국민과 기업, 선박에 대한 긴급대응 체계 등을 점검하면서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살폈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하지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미국에 적극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7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체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파병 요청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현재 중동 상황에 대한 미국 측의 상세한 브리핑이 있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서울=뉴시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날 3국 안보협의에 참석했으며, 기타무라 국장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면담했다. <사진출처: 미 국가안보회의(NSC) 트위터> 2020.01.10
이와 관련,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파병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었고 이란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장관이 새롭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내부적으로 연락장교 파병과 청해부대 작전 반경의 확대 두 가지 방침이 있었다"며 "아마도 최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방문을 통해서 이런 결정이 고착화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났다. 당시 강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 "미측 구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나라가 참여하는지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며 "NSC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대화였다"고 밝혔다.

파병 방식은 강 장관이 귀국한 직후인 16일 오후 진행된 NSC 회의에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당시 강 장관이 미국과 논의 내용을 공유하고 한국 측 입장을 정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NSC 회의 직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C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의 일원으로 우리가 참여하는 형태의 파병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며 "내부적으로는 상당 부분 진척이 돼 있다"고 파병 결정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이란, 韓파병 결정에 우려 표명…美·이란 관계 개선은 공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국제적 기여를 요청한 지 7개월 만에 정부는 파병을 결론 지었다. 한미 동맹을 고려하면서도 이란과의 마찰을 피하며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이었다. 일본 정부가 선박 안전 확보에 필요한 정보 수집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중동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식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정부는 지난 주말 외교 채널을 통해 이란에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은 호르무즈 지역에 외국 군대 선박이 오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우리는 우리 국민 안정, 선박 보호, 우리 국익이 필요하다고 결정한 것을 알려줬고 (이란은) 1차적으로 기존 입장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당국자는 "한·이란 관계를 관리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자고 했고 이란 측도 같은 반응이었다"며 "계속 한·이란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 있지는 않지만 한·이란 관계 개선을 위해 인사 교류 등을 추진하는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가 미국의 요청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여 방안을 모색한 만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 협력 사업과 연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제재와 무관한 북한 개별 관광 등 남북 협력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명백하게 아무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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