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김형오 '판갈이' 일성에 한국당 긴장…중진들 "당선 가능성 봐야"

뉴스1

입력 2020.01.17 17:13

수정 2020.01.17 18:0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1.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1.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회동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2020.1.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회동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2020.1.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4년 만에 공식석상에 선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대적인 '공천 판갈이'를 예고하면서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황교안 대표도 현역 의원 절반을 교체한다는 50% 컷오프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김 위원장은 더 나아가 3선 이상 중진의원, 당 지도부에도 '컷오프 칼날'이 돌아갈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솔직히 이 당이 싫어서 떠났던 사람이어서 고심을 많이 했다"며 "황교안 대표가 진지하고 진솔한 말씀을 하셔서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최근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는 생각이 들어 돌아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물갈이 기준'과 관련 "물갈이란 말을 참 싫어했다"고 운을 떼면서 "물갈이를 하라고 했더니, 공천 때마다 물은 갈지 않고 물고기만 갈더라. 21대 국회에서만큼은 물갈이가 아닌 '판갈이'가 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황 대표가 전권을 줬다"면서 "(황 대표에게) 나를 믿지 않으면 날 위촉하지도 말라고 했다. 이 자리를 감투라고 생각지 않고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고 생각한다"며 강도 높은 인적쇄신 의지를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신인 발굴과 육성, 여성 인재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형 완전국민경선제를 한국당에서 실현해서 정치신인이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도 물갈이가 되지 않는다면 안 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계량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컷오프 기준이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저는 초재선 의원들을 거의 모르는 반면 3선 이상 의원들은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것은 각각 핸디캡일 수도 장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의의 여신'을 언급하며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다. 왜냐면 눈에 밟히는 사람은 못 치게 돼 있기 때문"이라며 "정말 내가 잘 아는 사람, 내가 아끼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도 그 칼날이 갈 수도 있겠단 생각에 번민하고 고민하고 이 직을 수락하지 않으려 했다. 사사로운 감정은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정치 개혁을 위해 공천 제도를 대대적으로 혁신해 이를 통해 정치신인을 발굴·육성하고 다선·중진의원, 당지도부도 포함해 공천 혁신을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내가 아끼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칼날이 돌아갈 수 있다'는 발언의 맥락을 살피면 자신이 잘 아는 3선 이상, 나아가 당지도부급에도 컷오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3선 이상을 언급하며 강도 높은 인적쇄신을 예고하면서 향후 완성될 공천룰을 비롯해 공천 과정, 결과 등을 놓고 당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약속했다고 하지만, 황 대표 측근 또는 당지도부가 컷오프 대상에 오를 경우 김 위원장과 당지도부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홍준표 전 대표 등 당지도자급에 대한 공천과 관련해선 "이 분뿐 아니라 여러 인사들에 대해 공관위원들과 충분히 숙의하고 논의하겠다"며 신중하게 답했다.

당 총선기획단에서 마련한 '현역 50% 물갈이 목표' 및 '현역 3분의1 컷오프' 방침을
김 위원장이 실천에 옮길지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총선기획단에서 마련한 공천룰과 관련해선 "어떻게 만들었는지 전혀 받아본 바가 없으니 보겠다"며 "유권자와 신인 후보들이 이런 정당이라면 들어가서 일해야겠다는 관심 생기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주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는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이기는 공천'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긴장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물갈이 이유는 신인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인데 이미 자리가 많이 마련돼 있다"며 "지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도 결국 의석수가 부족해서 고단한 길을 걸어야 했다.
그런 만큼 물갈이와 당선가능성이 충돌할 땐 당선 가능성 위주로 공천이 이뤄지면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명도가 높고 지역구에서 기반이 탄탄한 다선 의원들이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이전 공천위원장을 보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물러나신) 분들도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의 독주와 폭주를 막아내고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중심을 잡는 사명감으로 하실 분"이라며 "국회의장까지 지냈기 때문에 사사로운 욕심 없이 공명정대하면서 총선에서 승리하는 공천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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