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호르무즈 파병 결정 임박…제재 면제도 美와 적극 협상

뉴시스 입력 :2020.01.17 13:50 수정 : 2020.01.17 13:50

노영민, 라디오 출연해 파병·북핵 등 민감한 외교 구상 언급 "美 연합체 소속 파병 형태 미정…내부 검토는 상당히 진척" "대북제재 면제 사유 있어…美와 면제 관련 적극 협상할 것"

[서울=뉴시스]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11.10.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청와대가 고심을 거듭해오던 중동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방침을 굳힌 모양새다. 파병 형태에 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가 상당 부분 진척이 됐다는 점을 공개 거론하면서 사실상 파병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6일 C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청와대 차원의 구상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언급했다.

노 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어떻게 되가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사실은 관심도 많지만 참 민감하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의 일원으로 우리가 참여하는 형태의 파병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 중동 지역의 정세와 관련해서 우리 국민과 기업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우리 선박의 안전한 자유항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상당 부분 진척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美 연합방위체 편입 방안 결정된 바 없어"…전략적 모호성 유지

노 실장이 미국 주도의 연합방위체제 MSC 안으로의 편입되는 방안을 직접 언급하면서 "결정된 바 없다"고 여지를 남겨둔 것에 눈길이 닿는다.

파병 형태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전날 있었던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차원의 공식 입장보다는 언급 수위가 확실히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

전날 NSC 상임위원회는 "상임위원들은 최근 중동지역 정세와 관련, 우리 국민과 기업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우리 선박의 안전한 자유 항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며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재확인 했다.

이토록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띄고 있는 것은 사안의 민감성과 국제사회에 미치는 외교적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 자국내 정치적 갈등에서 시작돼 전면전 위기까지 다다랐던 미국과 이란간 갈등 사태에 잘못 휘말렸다가는 원유 수입의 70% 가량을 이란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 대(對) 이란 외교 관계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노 실장이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나라에 도입되는 원유의 70%가 지나는 해협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해협"라며 " 또 이라크나 이란이나 우리의 교민과 기업들이 상당히 진출해 있는 그런 나라"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노 실장은 '미국 주도의 (안보 연합체) 일원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란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아니다. 한·이란 관계 속에서 사전 설명이 다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피력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파병의 형태와 방법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성을 견지하고는 있지만 미국 주도의 연합방위체제인 IMSC 아래 하나의 편제로 들어가는 방안과 우리 군의 독자적인 작전을 벌이는 방안 등 크게 2가지로 압축된다.

이란이 미국을 돕는 우방국들 모두 자신들의 공격 타깃이 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를 한 상황에서 IMSC 편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군 독자적인 작전을 위해서는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넓히는 방안이 있지만 이 역시 국회 동의 여부를 따져봐야 해 쉽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시 추가 임무 및 전환 등 임무 변동 때, 증원 결정 때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09년 처음 국회에서 인준한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는 파견 지역을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부대 임무로는 '국제 해상 안전과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연합해군사의 해양안보작전에 참여', '우리 선박의 안전한 활동 지원' 등 2가지 기준만을 명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01.10.
하지만 지휘관의 고유한 작전 지시권한에 따라 아덴만 해역에서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임무를 부여하면 운용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아덴만 해역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는 대략 2000㎞ 떨어져 있다.

외교 당국은 선을 긋고 있지만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과 호르무즈 파병을 연계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파병 선택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가 한미동맹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는 것을 지렛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낮추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파병을 통해 방위비를 낮추려 할 수 있다는 시각에 기반한다.

문 대통령은 파병으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계산해 이익이 더 크다면 파병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현실론적 인식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참여정부의 이라크 파병 선택과 관련해 이러한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저서에 "이라크 파병 결정은 북핵문제를 6자회담에 의한 외교적 해결로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그 국익은 우리가 이라크 파병으로 잃는 국익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고 술회했다.

◇남북 관계 개선 의지 확고…유엔 대북 제재 예외사유로 美 설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에서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이후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선순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만난 데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잇따라 열고 남북협력 사업 추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강 장관은 지난 14일(미국 현지시각)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큰 틀에서는 북미, 남북 대화가 같이 보완하면서 선순환의 과정을 겪으며 가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하지만 특정 시점에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제안했던 5가지 대북 협력 제안(남북 철도도로 연결·남북 접경지역 협력·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묶여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제재 예외 대상을 중심으로 당장 추진 가능한 사업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세웠다. 실무자급에서의 각각의 협력 사업들 가운데 제재 대상과 예외 대상을 가리는 작업부터 우선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실장은 유엔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언급하며 "(그 중에는) 상당한 부분을 제재 면제받은 것도 있다"며 "대북 제재도 면제 사유가 있는데, 그 사유에 해당하는 것에 대해서 올해 미국과 적극적으로 면제에 대한 협상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 중에서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북한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개별 관광을 제재와 무관하게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사업으로 보고 있다.

노 실장은 "개별 방문은 사실 유엔 대북제재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건 언제든지 이행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한 번 검토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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