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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불안정·경쟁 뚫고도 '월 152만원'…4차혁명 '플랫폼노동'

뉴스1

입력 2020.01.15 14:00

수정 2020.01.15 14:00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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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콜이 떴잖아요. 잠깐 다시 보려고 하면 0.5초 사이에 사라져요. 정말정말 0.5초 사이에."(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

"저는 오랫동안 일했고 방송국에서도 일해서 다른 사람보다 일을 잘하거든요. 그런데 플랫폼에서 정한 최저금액이 5000원이라 일단 제 임금도 그렇게 올릴 수밖에 없어요."(프리랜서 노동자)

"처음에는 할 만했죠. 단가가 1000원 넘고 그럴 때. 요즘은 너무 단가가 떨어져서 다른 거 알아보고 있어요."(플랫폼 택배 노동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구하며 간헐적으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5일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개최한 '플랫폼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통해서다. 이날 토론회에선 인권위가 지난해 진행한 '플랫폼 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들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가장으로 통상 근로자만큼 근무했지만 월평균 소득은 152만원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플랫폼 노동자의 64%가 다른 직업 없이 플랫폼 관련 노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돌봄과 대리운전, 화물운송 종사자의 경우 평균연령이 40세 이상이었으며 가구 총소득 중 플랫폼 노동 소득이 80~90%를 차지해 이들이 사실상 가정을 부양했다.
가사돌봄의 경우 여성 플랫폼 노동자가 가장 많이 종사하며 주로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다.

아울러 일감이 매우 불규칙적이고 단기가 많아서 노동환경이 열악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응답자의 주당 평균 노무일은 5.2일이었고 이들은 하루 평균 8.22시간을 일했다. 일반 근로자와 비슷한 시간이지만 일감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장귀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장은 토론회에서 "플랫폼 노동은 뜨거운 사회적 이슈이며 우리 시대 노동의 경향성을 대표하는 상징적 지점"이라며 2000년대부터 노동 안정성이 떨어지며 비정규직, 간접고용 비정규직(용역·하청·도급), 특수고용(외주화) 등 여러 노동의 형태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플랫폼노동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분화된 노동'이라고 일컫으며 "특수고용이라고 간주되는 노동형태보다 더 불안정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노동자는 여러 플랫폼을 사용해 전속성이 약하고 다음 일거리 보장이 안되며 누가 사용자인지 특정하기도 어렵다"며 "플랫폼 노동은 현재 노동 불안정화의 가장 극단적인 지점"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노동 고용 형태는 Δ호출형 플랫폼(카카오 드라이버, 타다, 배민라이더스 등) Δ관리형 플랫폼(쿠팡플렉스) Δ중개형 플랫폼(탈잉, 위시캣 등) Δ전시형 플랫폼(유튜브) Δ미세작업 플랫폼(크라우드웍스) 등으로 분류된다.

최근 들어 급증하는 최첨단 플랫폼들이지만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노동 불안정화의 극단'과 '극한 경쟁'에 몰려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귀연 소장은 "플랫폼 노동자들은 시장 가격에 가시적으로 노출되며 진입장벽을 제거한다"며 "이런 경쟁의 가시성은 경쟁적으로 보수 수준을 떨어뜨려 바닥을 향해 질주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하고 싶은 날에 일하는 자유로움이 플랫폼 노동의 장점으로 꼽히는 점에 대해서는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는 있지만 노동시간이 적지는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플랫폼 노동자 중 화물운송 노동자의 경우 하루 13시간으로 최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고 웹툰·웹소설과 대리운전 등도 9시간 넘게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직업안정법상 직업의 범위를 임금 근로자의 고용만이 아니라 노무제공자 일반의 전반적 소득활동으로 넓혀야 한다"며 "직업정보제공, 직업소개, 직업훈련 등 고용정책 입법 대상을 원칙적으로 모든 노무제공자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플랫폼 노동자의 보수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 규정처럼 통화지급, 직접지급, 전액지급, 정기일 지급의 원칙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고객이 불만족해서 보수지급이 안 되는 경우 승인 거절에 대한 규칙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인권위가 사단법인 참세상에 연구수행을 맡겨 플랫폼 노동 종사자 약 82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1일부터 11월5일까지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조사 등으로 이뤄졌다.


인권위는 이날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와 전문가, 관계 부처와의 논의 내용을 토대로 향후 플랫폼노동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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