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경찰개혁]

'믿지 못할 警' 딱지 못떼면 다시 '무장해제'

뉴스1 입력 :2020.01.15 06:00 수정 : 2020.01.15 09:22
66년 만에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경찰의 변화에 국민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뉴스1 자료사진) © News1 유승관 기자


'버닝썬 사태'로 경찰 수사를 받은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왼쪽)와 가수 정준영(30). /뉴스1


© News1 DB


[편집자주]'검경 수사권 조정안'이라 불려온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법 제정 66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형사사법체계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지휘권을 잃고 경찰은 수사 종결권을 확보하면서 두 수사기관은 협력하는 '수평' 관계로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한마디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과거에 비해 막강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힘 세진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우려가 크다.
인권 유린이나 비리, 권력 유착 같은 경찰의 흑역사가 아직 기억 속에 뚜렷하기 때문이다. 중요 사건에서 검찰에 비해 다소 뒤처지는 수사력도 의문이다. 향후 검찰에 이은 '경찰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경찰이 달라진 수사환경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스스로 바꾸고 외부에서 고쳐야 할 개혁 방안과 과제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유경선 기자 = 지난 13일 범여권이 만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하자 경찰에선 "오늘은 독립기념일"이란 환호성이 터졌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 직접수사 부서 축소 등 일명 '검찰 힘빼기'와 맞물리면서 경찰이 추가로 얻게 된 권한은 법안에 드러난 것보다 더욱 많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바뀐 형사소송법에 따라 앞으로 경찰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다. 경찰 수사단계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사라졌다. 이젠 경찰의 판단에 사건 처리 향배가 달린 셈이다. 피의자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의 중복된 수사를 받는 관행이 사라지게 된 것을 두고 경찰은 '국민 편익 증대'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 경찰이 지방 토호나 범죄 조직 등과 결탁해 이들의 비리를 덮어줄 우려가 있다. 가장 유사한 사례로 강남 유흥업소와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버닝썬 사건' 같은 일이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실수사·정권눈치…수사중립 신뢰 쌓는 게 급선무

이 사건에서 경찰은 핵심 인물인 '경찰총장' 윤모 총경에게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로 그를 구속했다. 이로 인해 경찰은 '부실수사·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윤 총경 수사 당시 경찰은 주식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금융 계좌와 통신 기록 등을 14차례나 압수수색했지만 이를 밝혀내지 못한 것은 수사력의 한계를 보여준 부분이다. 경찰이 윤 총경의 '수상한 주식거래'를 인지하고도 무마하려고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도 경찰 재조사 단계에서는 밝혀지지 않았던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체모 조작 문제 등이 검찰 재수사 단계에서 드러났었다.

유독 정권 등 권력과 관련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지난 2018년 '드루킹 사건' 당시 경찰은 현 정권 실세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하지 않아 증거인멸을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대로 6·13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로부터 첩보를 하달받아 울산시장 야당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수사에 나서면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경찰은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추대된 날에는 이례적으로 '김영란법 위반' 내사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검찰에게) 청와대 선거개입 등 이런 수사는 못하게 하는 것과 경찰이 드루킹 관련 부실수사를 했다는 것은 비슷한 얘기"라며 "정권 초 임명된 고위간부들이 (정권의 의중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한국 특유의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외국은 수사기관 고위간부들이 투표를 통해 통제받게 되는 경우 많아 공정성 담보가 되는데 우리나라도 수사 기관이 정치적으로 당당할 수 있게 하는 게 과제"라고 지적했다.

◇관건은 경찰 수사력, 수사 균질화·전문 수사관 도입 등 안간힘

경찰도 수사권조정을 앞두고 수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적지 않은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경찰은 Δ국민 중심 수사 Δ균질화된 수사 품질 Δ책임성·윤리의식 Δ스마트 수사환경 등 4대 추진 전략과 세부 추진과제 80개를 담은 '경찰수사를 새롭게 디자인하다'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를 두고 '백화점식 나열'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경찰 수사의 로드맵이라는 점에선 호평도 있었다.

특히 균질화된 수사는 경찰 내부에서도 수도권과 지방 간 수사 능력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방에서 대형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초동조치 미흡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다가 지방청 단위의 전담팀을 꾸리고, 이후 본청에서 감찰을 통해 부실수사를 점검하는 일종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게 문제로 꼽혔다.

경찰 한 관계자는 "서울 사건뿐 아니라 지역 어느 사건이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건 동일하다"며 "지방이라 인력이 부족하다는 식의 해명은 수사권 조정 이후에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특수부, 공안부처럼 일명 '도제식' 교육이 경찰에는 쉽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수사 능력 균질화의 걸림돌이라는 의견도 있다.

20여년 수사, 형사 업무를 한 경정급 관계자는 "수사종결권이라는 게 '이상'적인 균형이라면 이제 경찰의 (수사) 실력으로 실질적인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수사 경찰의 밀도 높은 교육, 지원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훈련이나 교육이라도 받으려면 별도의 시간을 만들어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바쁜 현장에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또 대책이 세워져도 인력들이 확보 안 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도입하다보니 소수의 인력이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전문가들도 부실수사, 유착비리 등으로 얼룩진 경찰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선 자생적으로 수사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학수사 능력을 높여 명확한 수사 결과를 내고 수사역량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만큼 종합적 판단을 통해 법적인 결정을 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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