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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호르무즈行 결정 내린 日, 韓과 같은점-다른점 무엇?

김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0 17:07

수정 2020.01.10 17:07

韓日 모두 미국의 파병요청 받아.. 자국상선 보호 명목도
日, 이란 관계 고려해 사전작업 충분
韓, 자칫하면 對이란 적대행위로 비춰질수도
27일 부산작전기지에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은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특수전(UDT)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1월 중순에 임무를 교대하여, 2020년 7월까지 약 6개월 동안 파병임무를 수행한다. (해군 작전사령부 제공) 2019.12.27/뉴스1
27일 부산작전기지에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은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특수전(UDT)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1월 중순에 임무를 교대하여, 2020년 7월까지 약 6개월 동안 파병임무를 수행한다. (해군 작전사령부 제공) 2019.12.27/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이 최악의 상황은 피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중이다.

일단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인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중인 청해부대의 임무지역을 변경하는 방식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은 10일 호르무즈해협에 해상자위대 파견 명령을 내렸고, 해상자위대 초계기 부대는 오는 11일 일본서 출발하고 호위함 1척도 2월 초 출항할 예정이다.

일, 자국이익 명분 파병
우리 정부는 여전히 파병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본은 지난해 일찌감치 파병 결정을 내렸다. 또 앞서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미국의 요구를 받았지만, 맞닥뜨린 상황 자체는 다르다.

일단 한일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파병목적 자체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자국 상선의 안전 항해를 위해서다. 양국의 원유 수송선이 모두 70% 넘게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데 일본 선박은 연간 3900척이 우리나라 선박은 2000척 가까이 통과한다. 지난해 호르무즈해협에서 상선 공격이 있었던 만큼 양국 모두 어느정도 자국상선의 안전 보호 필요성을 내세울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두 나라 모두 미국의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민간선박 안전 항행을 위해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동참을 요구해왔다.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파병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일본은 미국의 동맹 개념이 아닌 자국상선 안전보장을 강조하며 독자파병을 결정했다.

미국의 파병동참 압박이 있었지만, 일본이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파병부대의 활동 지역에 대해서도 호르무즈해협이 아닌 주변지역 즉, 호르무즈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만, 아라비아해 북부 공해, 예멘 앞바다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연안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포함한 공해로 정했다. 이란과 근접해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배제함으로써 이란 측을 배려한 것이다.

아울러 파병을 결정하기 전 아베 신조 총리의 사전 작업도 있었다. 지난해 6월 미국과 일본이 핵합의 이행 문제를 두고 대립하자, 아베 총리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해보겠다며 이란을 방문했다. 별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아베 총리가 이 방문에서 파병 결정시 이란과의 관계를 위해 사전 작업을 해놨다는 분석이다.

미-이란 동시 설득 명분 묘수 찾아야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파병을 가게 될 경우 미국이 요구한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로 가게 된다.

우리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지만, 파병을 결정할 경우 이란과 얽혀있는 국내 산업과 우리 국민 신변 안전 등 여러 악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자칫하면 우리나라의 파병결정이 대(對)이란 적대행위로 비춰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파병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이란과 사전 작업을 하는 등 공을 들인 부분도 전혀 없어, 실제로 파병 결정을 한다해도 이란 측을 설득할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파병불가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끌어왔다는 점도 우리로선 부담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사전작업을 충분히 했어야 했는데 이미 시기가 너무 많이 늦었다"며 "지금이라도 늦긴 했지만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한 고비를 넘긴 만큼, 정부가 파병을 결정한다면 최소한 총리 정도는 나서서 이란을 방문해 우리의 파병목적이 적대행위가 아님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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