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임뚜렛·인천 장발장'..인터넷에 살포되는 '가짜 동정심'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0 15:44

수정 2020.01.10 15:44

10일 '투렛 증후군(틱장애)' 유튜버 '아임뚜렛(본명 홍정오, 28)' 계정의 동영상이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홍씨는 구독자도 비공개로 설정했다./사진=유튜브
10일 '투렛 증후군(틱장애)' 유튜버 '아임뚜렛(본명 홍정오, 28)' 계정의 동영상이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홍씨는 구독자도 비공개로 설정했다./사진=유튜브

[파이낸셜뉴스] 인터넷에서 동정심을 호소하는 소식들이 사실 확인 없이 퍼지면서 배신감과 허탈함을 표하는 네티즌들이 늘고 있다. '투렛 증후군(틱장애)'을 앓고 있는 한 유튜버는 네티즌의 응원을 받았으나 곧 조작임이 밝혀졌고, 마트에서 아들과 식료품을 훔친 이른바 '인천 장발장' 뉴스에는 시민들의 후원이 몰렸으나 곧 논란으로 번졌다.


시민들이 보낸 '인지상정'이 당사자들의 거짓말로 배신감이 더욱 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상에서 정제되지 않은 사실들에 대해 우선 경계하면서 수용할 것을 당부했다.

■'인천 장발장, 아임뚜렛' 잇단 논란
10일 유튜브 등에 따르면 구독자 36만명을 돌파했던 유튜버 '아임뚜렛'(본명 홍정오)의 동영상과 구독자가 모두 비공개로 전환됐다.

투렛 증후군 증상을 앓고 있는 홍씨는 힘겹게 젓가락질을 하며 라면을 먹거나, 서예, 완두콩 집기 등의 도전을 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장애를 유쾌하게 극복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성원을 보냈고, 홍씨의 구독자도 급증했다. '영화관 가는 것이 소원'이라던 홍씨를 위해 구독자들이 대관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일었다.

그러나 그의 지인이라는 한 네티즌이 "홍씨가 2019년까지 힙합곡도 냈으며, 10년 전에는 틱장애가 하나도 없었다"며 "투렛인 척 하고 돈을 벌려고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씨는 지난 6일 해명을 올리고 "투렛증후군을 과장한 게 사실이며, 자작곡 가사도 내가 쓴 게 맞다"고 밝히며 기존 영상을 비공개로 돌렸다.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친 뒤 훈방된 이른바 '인천 장발장'도 대중의 동정심을 이용한 사례로 꼽힌다.

A씨(35)는 지난해 12월 13세 아들과 인천의 한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치다 적발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천 중부경찰서 경찰관들은 A씨 부자에게 음식을 대접한 뒤 훈방하면서 생계형 범죄자에 대한 '미담'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그의 부도덕한 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논란으로 번졌다. 택시기사로 일하던 중에는 승객이 두고 내린 휴대폰을 팔거나, 직장 동료에게 돈을 빌려 갚지 않았다는 내용이 나왔다. 병을 핑계로 PC방에서 게임만 했다는 동창의 증언도 나왔다.

사연을 접한 시민들은 인천시를 통해 2000만원 가까운 후원금이 모았으나, 논란으로 인해 후원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 측은 취소자에 대해 후원금을 반환하고, 나머지 금액의 전달 여부에 대해서는 차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10일 3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마트에서 우유 등을 훔치다가 적발돼 용서를 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해 12월 10일 3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마트에서 우유 등을 훔치다가 적발돼 용서를 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피해 우려, 우선 경계해야"
동정심을 유발하던 미담들이 논란을 이어지자 인터넷 상에서도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호의가 배신감으로 돌아오자 격분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 등에 "배신감이 든다" "진짜 장애를 가진 분들은 이 순간에 울고 있을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실제 장애인이나 빈곤층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생겨나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유튜버들은 잇따라 진단서를 업로드하며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다. 투렛 증후군 환자라는 한 네티즌은 커뮤니티에 "남의 아픔을 도둑질해 이득 취하지 마라"면서 속상함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의 특성 상 정제되지 않은 뉴스가 퍼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철저한 사실 확인을 우선할 것을 주문했다. 온라인 사회의 신뢰 하락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홍씨와 같은) 사례로 인해 장애인의 차별과 편견이 심해질 수 있다"며 "인터넷은 팩트체크 기능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주의해서 후원 등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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