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당장 취직도 막막한데 할머니 된 나를 그릴 수 있을까요"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31 16:40

수정 2019.12.31 16:58

대학생이 보는 대한민국의 미래
청년세대, 한국사회 모순 투영
30,40년 후 그릴 수 없으니
소확행·욜로 같은 단어 나온 것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아 주세요"
젠더 갈등은 '박탈감'에서 비롯
페미니즘 운동 필요하지만
남성혐오나 미러링 같은 방식은 안돼
"당장 취직도 막막한데 할머니 된 나를 그릴 수 있을까요"
"당장 취직도 막막한데 할머니 된 나를 그릴 수 있을까요"
2020년이 밝았지만 대한민국 경제는 여전히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제 막 사회 진입을 앞둔 대학생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직면했다. '유사 이래 최고의 스펙을 지녔다'는 대한민국의 20대는 극심한 취업난은 물론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이에 파이낸셜뉴스는 2020년을 맞이해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마련했다. 우리 사회의 주력이 될 20대가 진단한 정치·사회·경제·교육 등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한 의견들을 들어봤다. 좌담회를 위해 모인 대학생 5명은 거침없이 본인들의 의견을 개진했다.


―20대 취업난이 극심한데.

▲이현정=지방에서 인문사회대를 다니는 입장에서 수도권과 차이가 있다고 본다. 주변을 보면 취업이 힘들어서 전공과 괴리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 정부가 과학·공학 등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많이 지원하는데 인문사회대학 쪽에 지원은 많이 적다. 인문사회를 위한 일자리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지방대는 인문사회대의 전공과를 점점 없애는 추세다. 사실 광주대 신방과도 올해 사라졌다. 인문사회도 사회를 꾸려나가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민석=서울에서도 똑같이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친구들도 대부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거나 대기업 입사를 준비한다. 학점·스펙 경쟁하는 데 너무 매몰돼 있다. 학생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학생 참여를 이끄는 게 중요한데 아무래도 학생들이 학업 외적인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 근본 원인은 결국 너무 낮은 임금 수준이다. 과거보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아지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다.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취업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복지혜택이나 사회적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은채=영남대의 경우 취업프로그램이나 해외 교류프로그램이 잘돼 있지만 대학생에게만 혜택이 국한돼 있다. 대학생 5~6학년이 생기는 이유다. 재학 중이어야만 대외활동, 취업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서 졸업유예나 휴학을 많이 한다. 졸업 후에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90년대생' 등 외부에서 20대를 다양하게 규정한다. 스스로 보는 청년 세대담론은 어떤가.

▲장태린='미래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20대 청년들을 설명하고 싶다. 1987년에는 6월 항쟁, 2002년에는 정권교체라는 결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여기서 뭔가 더 바뀔 수 있을까 확신이 없다고 생각한다. 소확행, 욜로(YOLO)도 마찬가지다. 청년세대가 나의 30, 40년 후를 그릴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의 내게 충실하자는 의미로 나왔다. 수업에서 교수님이 스스로의 노년을 생각해보라는 말을 하셨는데, 학생들 대부분이 '내가 할머니가 되는 상상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노인이 되기 전에 그냥 죽고 싶다고 했다. 내가 나를 책임지지 못할 때가 되면 그 전에 죽고 싶다고 해서 매우 충격적이었다. 미래를 그릴 수 없어서 지금 당장 취업하는 게 중요하고, 지금 당장 먹고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세대다.

▲김민석=청년세대가 한국 사회의 모든 모순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학생운동이 활발했고, 사회적으로 변혁을 추구하는 운동이 많았는데 지금은 쇠퇴했다. 결국 사회의 변화 주체가 될 수 있을 만한 역량이 높은 청년세대가 틀을 깨기보다 틀 안에 들어가는 게 훨씬 쉽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청년세대가 노동·정치·생태·교육 문제들과 같은 구조적 의제에서 가장 취약한 희생자다. 그리고 청년 담론에서 대학생이 과대평가되는 부분도 있다. 이 자리만 해도 '젊은 세대 눈으로 한국사회를 바라보자'는 취지인데 대학생밖에 없다. 청년 노동자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사람들이 담론에서 배제되고 있다.

―혼인연령이 늦어지고,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다. 왜 결혼 안한다고 보나.

▲최효주=사회인식의 변화다. 전에는 결혼이 필수였다면 지금은 선택 개념으로 바뀌었다.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혼자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췄다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늘어났다. 경제적 측면에서 부담되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이현정=여성 입장에서 결혼하고 출산하면 그간 쌓아온 커리어가 한번에 끊긴다. 육아휴직을 받아도 넉넉하게 아이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는다.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보장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마음 편히 애를 낳고 기를 수 있을까 싶다. 양육에도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든다. 신혼부터 내 집으로 시작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이가 살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김민석=최근에 인생에서 두 가지 변화를 겪었다. 첫째는 연애를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휴학을 하고 직장인 신분으로 연애를 시작했는데 결혼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동시에 발급받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가 40만원이 나왔다. 대출도 안 되는 상황에서 결혼을 한다 해도 집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출산율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저도, 배우자도 각자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인데 출산을 하면 부모와 자녀 모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지원을 해주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제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나 배우자에게도 그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조은채=최근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봤다. 영화를 보고 결혼하기 싫다는 주변 친구들의 반응이 많았다. 영화 속에서 그간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하는 장면이 있다. 결혼을 하면 보통 여성이 가정일을 한다고 돼 있다. 앞으로 그런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20대 청년들 사이에 젠더 갈등이 심하다.

▲장태린=박탈감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청년세대는 다 똑같이 취업이 힘들고, 사는 것도 힘들고, 돈 벌기도 힘들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강자인 사람이 있고, 약자인 사람도 있다. 최근에도 언론에 많이 나왔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 과정에서 떨어뜨리는 일들이 확인됐다. 진짜 지표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남성 입장에서 '나도 힘든데 왜 여성할당제를 주지?' '왜 여성들은 가점을 주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권이라는 건 100이 정해져 있어서 내가 반을 가져가면 네가 반밖에 못 가져간다는 개념이 아니다. 이 문제를 파이싸움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고, 오해가 생긴다고 본다. 그리고 젠더 갈등이라는 말도 틀렸다. 여성혐오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이다.

▲이현정=사실 여성혐오는 지금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갈등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고대 신화에서도 여성이 약자이고, 남성이 신적으로 부각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구조적으로 굳어지면서 최근 와서 페니미즘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것이다.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서다. 다만 그 페미니즘에 남성혐오가 끼어있다면 반대다. 여성의 인권을 높인다는 이유로 남자를 혐오하면 안 된다. 어차피 같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다. 이 세상에 여자만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위로 바뀌는 시선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언론도 문제다. 사실상 젠더 갈등에 프레임을 맞추는 건 언론이다. 기사만 봐도 다 남녀갈등을 부추긴다. 자극적인 기사제목을 뽑는다. 언론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김민석=여성들이 구조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것은 객관적 수치로 나온다. 어떤 지표를 보든 그렇다. 기업이나 어떤 조직의 고위 임원으로 갈수록 여성이 더더욱 적어지는 게 사실이다. 임금격차도 크다. 우리가 경험적으로 봤을 때도 주변에 있는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일을 포기하는 상황이 온다. 그것이 단절로 이어지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됐다. 지금에 와서야 운동으로 시작되면서 여성들이 연대하기 시작했다. 구조적 문제제기가 가능해졌다. 그 과정에서 남성혐오라는 말도 나온다. 근데 남성들이 사회에서 지배적 권력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들에 대해서 뭔가 반대를 쏟아내는 것이 혐오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다만 운동의 관점에서 봤을 때 소위 '미러링'이라고 하는, 여성이 혐오 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남성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개인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전략이 아니라고 본다. 과연 구조적으로 여성차별을 해소하는 정책과 법, 제도를 만들어가는 데 그런 전략이 연대를 키워나가고 전선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지난해 12월 19일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긴급좌담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서울 여의도 파이낸셜뉴스 본사 세미나실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지난해 12월 19일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긴급좌담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서울 여의도 파이낸셜뉴스 본사 세미나실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미투운동을 어떻게 보나.

▲최효주=피해자에게 우리가 다 같이 힘을 실어서 연대할 수 있는 당당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좀 더 자연스럽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계속해서 이뤄져 나가야 한다.

▲장태린=미투운동이 '위력'이라는 단어를 사회에 알렸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 성폭력이 구조적으로 일어난다는 것과 동시에 계급과 관련 있다는 걸 환기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있다. 사실 많은 분야에서 미투운동이 일어났지만 아직까지도 수면으로 올라오지 못한 부분도 있다. 특히 예술계가 그렇다. 이윤택씨의 미투가 제기되면서 연극계 문제가 밝혀졌다. 음악계, 영화계 등 다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생계나 생명과 연관이 있어서 피해를 고백하지 못하는 소수자가 많이 있다. 앞으로 더 많이 퍼져야 한다.

▲조은채=미투운동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시작됐다. 그런데 지금은 익명성을 이용해 거짓 폭로를 하는 사례가 발생하니까 진정성 문제나 남녀차별 문제도 생기지 않나 생각한다.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장태린=다문화라는 용어 자체가 '다양한 문화'란 뜻이지만 한국에서는 비하적 의미로 쓰이는 게 현실이다. 사실 지금까지도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그 나라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정책은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의 다문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현정=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이미 많이 자리 잡은 상태다. 그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해줘야한다. 한국 사회는 예전부터 폐쇄적인 경향이 컸다. 시대가 변하면서 다문화가 확산되고 있는데 우리 문화만 강요하는 건 일종의 차별이다. 타파하는 노력이 전반적으로 필요하고 구성원들도 노력해야 한다.

▲김민석=전공수업으로 헌법 강의를 들었다. 헌법 기본권의 주체로서 국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한국 정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이주민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했던 사례가 있었는데 가장 보수적인 교수님도 헌법상 기본권 주체로서 국민은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라고 정의했다. 한국 사회가 유독 단일민족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난민을 인정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도 심하다. 최근 종이돈으로 임금을 준 일도 있었다. 일단은 법과 제도보다도 인식의 문제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결국은 구조이기에 이제는 그냥 인정만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그들의 권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변화들이 필요하다. 다양성 있는 사회에서는 난민이나 이주여성, 다문화가정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소수자의 권리와 연관돼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유경제, 플랫폼기업 등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보나.

▲장태린=공유경제의 취지는 좋지만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중개자에게만 대부분의 이익이 가고 실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혜택이나 이익이 많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지속될 수 있을까 싶다. 소수의 운영기업이 아니라 다수 소비자와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형태인가 의문을 가지고 있다.

▲김민석=공유경제의 취지는 공감한다. 사실 기술 발전은 인간을 위한 거다. 하지만 지금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서비스를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타다나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 중개업체들이 있다. 사실 타다를 보면 혁신적 서비스라기보다 택시를 개선시켜 놓은 것에 불과하다. 배달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타다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중간 용역업체에서 파견 온 사람들이고 배달업체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편리하겠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구조 속에서 계속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사업자는 부당하고 불법적 구조에 의존해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본질적으로 산업 발전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는 고민이 좀 더 되지 않으면 이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이현정=4차산업은 학문이나 과학적으로 굉장히 많이 연구되고 있다. 그런데 전 영역에 있어서 제대로 교육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선진국에서만 봐도 교육과정 속에 들어있지만 한국은 공대에서만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다. 일반인이 좀 더 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교육도 필요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 인해 불공정 이슈가 불거졌다.

▲이현정=고위공직자 자녀의 특혜 논란은 올해만 있던 게 아니다. 고위공직자의 자녀로 태어난 자체로 권력을 얻게 된 거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걸려도 솜방망이식 처벌로 넘어가서 계속 발생하는 거다. 규제가 필요하다.

▲장태린=무조건 대학을 나와야 하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잘살 수 있는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그런데 분노의 방향이 이상한 곳으로 흐르고 있지 않나. 예컨대 수시가 문제여서 정시를 늘려야 한다는 방법 같은 것이다. 사실 저도 정시로 입학했는데 정시가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싼 과외 받고 좋은 학원 다니면 수능 잘 본다. 서울대 집회를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서울대 다니는 대다수 학생들이 높은 소득수준을 바탕으로 교육을 받았다. 그 안에서 분노를 표현한다는 건 대다수 다른 명문대로 칭하는 대학이 아닌 곳과 비수도권 대학생들에게 이상하게 보인다.

―공직자, 국회의원 자녀의 대입 과정을 공개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현정=그들 입장에서는 역차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 학생으로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 조국 자녀, 나경원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받는다는 것은 문제다. 공개하자는 주장에 동의한다.

▲김민석=개인적으로 반대다. 자녀들의 입시 현황까지 밝히는 건 기본권 침해다.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불공정과 불평등을 구분해야 한다. 불공정을 해결하자는 움직임인데, 사실 불공정이 아니라 불평등이 조국 사태의 본질이다. 조국 사태 이후에 공정한 입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결국 공정하게 획일적 기준으로 일등부터 꼴등까지 명확하게 줄 세우겠다는 거다. 대학 졸업 여부와 무관하게, 1등이 아니어도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해결책이다.

―정부가 대입 정시확대를 발표했다.

▲최효주=문제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수시는 잘못된 것이고, 정시가 옳다는 것으로 보인다. 꼭 그렇지 않다. 정시는 한번의 시험으로 모든 걸 결정한다. 수시는 3년 이상의 기간을 전체적으로 본다. 저도 극 수시파였다. 공정성 취지에서 방향을 설정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김민석=수시와 정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시로 들어온 학생들이 강남 학생인 비율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여전히 지방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정보도 없고, 좋은 학원에 다닐 기회도 없다. 학생들은 입시 스트레스로 죽어나고 있다. 대학생들도 입시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입시 경쟁을 해소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정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기초교양을 쌓아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대학 보내기 교육에 골몰하고 있다. 대학도 학문의 후속세대를 양성하기보다는 대기업 취업시키는 데만 목적을 두고 있다. 수시가 늘어나든 정시가 늘어나든 무관하게 잘사는 집 자녀들이 돈을 더 많이 벌 것이다. 수시·정시가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불공정이 아닌 불평등을 논의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현재 대학등록금이 11년째 동결됐다. 인상 필요성은.

▲최효주=인상한 등록금이 학생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면 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등록금을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 등록금을 높인 만큼 학교 시설이 좋아지면 찬성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장태린=학생들이 학교가 등록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있지만 학생들은 참여하지 못하거나 1명 정도만 들어간다. 학교가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주장하려면 먼저 설명해주는 게 필요하다.

▲김민석=홍익대는 적립금 액수가 전국 1위다. 8000억원을 쌓아두고 있다. 시설이 매우 낙후됐다. 미대는 실기실에 물이 샌다. 환기 안 되고 쥐도 나온다. 도서관 열람실의 좌석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법대 강의실에 에어컨도 없다. 학교가 적립금을 매년 몇백억원씩 쌓아두는 건 등록금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홍대만 봤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법인적립금이다. 재단에서 학교 운영비용을 충당해야 하는데 홍대는 1년 동안 법인 전입금이 10억원이다.
몇백억원을 쌓아두고 학교 운영에 10억원을 쓰고 있다. 책임감 있는 수준으로 올려야 학교 수준과 연구 수준도 올라간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하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비율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정리=eco@fnnews.com 안태호 기자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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