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로 日 의존도 탈피, 소·부·장 육성 토대 더 단단해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31 16:10 수정 : 2019.12.31 16:59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기술강국 만들라
日수출규제 6개월, 업계 피해 미미
정부, 내년 R&D예산 대폭 늘리고
대기업도 직접 강소기업 육성나서
韓日경제전쟁 공포감 대부분 해소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관련 업계의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대기업들이 불화수소 등 국산화 소재를 사용하면서 일본에 의존하던 부품·소재 분야의 자립화 경향성은 뚜렷해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일본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종 소재의 수출규제 직후 '공정 올스톱'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다. 일본산 핵심 소재 의존도가 최대 90%를 넘었던 만큼 당장 수입이 되지 않을 경우 생산차질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고 확보를 위해 긴급하게 일본 출장길에 오르는 등 당시 산업 전반에서 긴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 업계가 입은 피해는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당국이 최초 규제품목이었던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를 완화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탈(脫)일본 제품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대기업들이 핵심 소재들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올해부터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관련 사업체를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시키는 기반을 갖춰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 역시 "당시 불확실성은 컸지만 업계에서 재고를 확보하고 이후 일본 이외의 대체재를 구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부터 반도체 핵심 공정을 포함한 상당수 공정에 국산 불화수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같은 해 9월 생산에 쓰이는 불화수소 전량을 국산화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국산 불화수소 적용 테스트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제품 대체 이후 우려됐던 수율 하락 등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한·일 경제전쟁에 대한 공포감이 상당부분 사그라진 것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배제 조치 직후 우리 정부도 국산 소재·부품·장비 육성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자립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올해 정부가 편성한 2020년 예산안에 따르면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목표로 한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은 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예산(8000억원)의 2.5배 수준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6대 분야의 핵심 100개 품목을 5년 이내에 국산화한다는 목표로 예산 투입을 강화했다. 대기업도 강소기업 육성에 직접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술잠재력이 높은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을 대상으로 2년간 기술·금융·경영 등 다방면에 걸쳐 지원을 확대한다. LG디스플레이도 상생기술협력자금을 1000억원대로 편성하고 협력사의 기술개발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립화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R&D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7년 정부가 만든 1~4차 소재부품발전기본계획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국토부, 환경부, 방위사업청 등 5개 부처가 10조9000억원의 관련 R&D 예산을 확보했지만, 소재 분야엔 단 5%(5390억원)를 투자했다. 20년 넘게 소재·부품 등 뿌리산업 육성을 해왔지만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이유다. 이덕근 한국기술거래사회 수석부회장은 "정부가 예산만 투입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관련 교육을 통해 R&D 인력을 대규모로 양성하고, 정부 예산은 투명하게 집행해 성과까지 도출한 후 대외 공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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