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정치권 컴백' 李총리가 임기 중 가장 힘들었던 일

뉴스1

입력 2019.12.20 10:00

수정 2019.12.20 13:45

이낙연 총리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밝은 웃음을 띄고 있다. 장수영 기자
이낙연 총리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밝은 웃음을 띄고 있다.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현철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19일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도, 논의되지도 않았다. 그것을 제가 요청하거나 제안하기보다는 소속 정당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19일 세종공관에서 열린 총리실 출입기자들과의 만찬에서 "기자와 국회의원으로 지냈던 기간은 문제의식은 대단히 왕성했으나 문제의 실체, 그것을 해결하는 정책이 이뤄지고 시행되는 과정, 그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투여되는지 알지 못했는데 전남지사와 총리를 하면서 그 후자를 알게 된 게 가장 큰 소득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시 정치로 돌아간다면 그것을 알게 된 사람으로서 더 진중해지고 무겁게 할 거란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오는 24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 결과 전망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다 해결하긴 어렵겠지만 두 정상이 일정한 정도의 합의는 일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일 정상회담이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다가 이뤄진 것만 해도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문제는 큰 방향에서 양국이 합의한다면 해결에는 다소 시간이 걸려도 괜찮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제가 나서서 무엇을 하기보다는 저에게 그런 기대가 온다면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면한 한일 현안은 3가지인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은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유지되고 있고,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문제의 경우 일본은 지소미아와 별개라고 하지만 연계돼 문제의 향방이 논의되고 있는 상태"라며 "그리고 강제징용 문제는 논의되다가 문의상 국회의장의 구상으로 정부 간 논의는 꺼져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문제는 사실 연계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함께 해소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이 총리는 최근 논란이 계속되는 '타다'와 관련, "타다의 논쟁을 어느 한쪽으로 결판내기보다는 일단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 그리고 기존 택시업계도 일정한 것을 보장해드리는 것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2014년 미 연방대법원이 우버를 수용해야 한다는 판결은 파격적이었는데 우리는 그 정도까지는 못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잘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타다는 수많은 분들의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갈등은 있는 현실에서 받아들이면서 최선안에서 조정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그 점에서 정부도 훨씬 노력하고 국회도 더 도와주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회 주요정당들이 접점을 바라보고 정치를 하면 접점을 찾기가 쉬울 텐데 자꾸 자기 쪽을 보며 정치를 하다보니 점점 멀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빠른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능력, 크고 깊어진 갈등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 국제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텐데 우리 정치가 그쪽을 보는지 뒤를 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책임총리의 역할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각을 잘 세우는 것이 책임총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헌법과 법률에서 총리에게 맡긴 것을 책임있게 하는 것이 책임총리"라며 "그런 관점에서 완전히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청와대와 총리실이 서로 불편했거나 얼굴을 붉히거나 했던 건 없었다. 모든 것에서 일치한 건 아니지만 원만하고 소리나지 않게 조정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자평했다.

이 총리는 임기 중 힘들었던 일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한 주에 선박 침몰 사고 3건이 날 때 팔다리에 힘이 빠졌다. '지난 시간 힘겹게 달려왔는데 왜 이런 것일까' 무력감을 느꼈다"며 "당시 무력감에 빠지는 건 책임자의 역할이 아니라 생각해 털고 일어난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국회의 선거법 논의로 정세균 총리 후보자의 인준 문제가 처리 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 나가기 위해 공직선거법 사퇴 시한인 1월16일 전에 사퇴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비슷한 걱정이 없던 건 아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오는 30일 잡혔다는 걸 보고 저의 걱정은 기우라 생각했다"고 했다.

정 후보자와의 평소 친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스토리는 있다. 정치 지망생과 기자였다"라고 답했다.

그동안 호흡을 맞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는 그 연세의 한국남자로서는 거의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진중하시고 배려가 많으시다. 저에게 한 번도 빼지 않고 '님'자를 붙이고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스스로를 '저'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라며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를 많이 신뢰해 주셨다는 것이다. 이는 저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배려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의 어려웠던 점에 대해 "진지함이 아랫사람에게는 더 어려울 수 있지 않나. 유머가 적고 진지하시다. 저는 매일 웃기기만 하잖냐"라며 웃었다.


앞서 이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곧 정부를 떠나야 하는 때가 되니 그동안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우리에게 남은 과제의 무거움이 저를 짓누른다"며 "그래도 경륜과 역량과 덕망을 모두 갖추신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께서 다음 총리로 지명되셔서 정부를 떠나는 제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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