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화 진전이 중요" 판단…美 적극적 중재·압박도 영향

뉴스1 입력 :2019.11.22 21:47 수정 : 2019.11.22 21:47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여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일본 측에 통보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 2019.1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김세현 기자 = 청와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불과 수 시간 앞두고 극적으로 '종료 유예'를 발표한 배경에는 일본 정부를 우선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소미아 종료를 막으려는 미국 정부의 중재 노력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6시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2019년 8월 23일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으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이해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에 당초 이날 밤 12시(23일 0시)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지소미아는 잠정적으로 유지되게 됐다.


김 차장은 또한 "한일 간 수출 관리 대화가 정상 진행되는 동안 일본측의 3대 품목 수출규제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절차를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이날 한국 정부의 WTO 제소 절차 중단을 언급하며 수출 관리 문제를 다루는 한일 과장급 준비회의를 거쳐 국장급 대화를 열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가 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즉각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국장급 대화' 추진이라라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가 사태의 시작인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비롯해 반도체 핵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의 한국 제외 조치 등을 취하면서 줄곧 우리 정부에 책임을 돌리며 꿈쩍도 하지 않아 왔던 기존 태도와 비교된다.

정부는 그동안 이번 한일 분쟁에 있어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 노력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서도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이는 종료 결정에 변함이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결국 이러한 원칙 고수를 통해 지소미아 종료를 목전에 두고 일본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까지 한일 양국 간에 외교 채널을 통해서 매우 실질적인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정부는 우리의 기본원칙을 유지해 가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현안 해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양국 간 대화를 재개하고, 이에 따라서 조건부 지소미아 종료 효력과 WTO 제소 절차 진행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에 합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시켜, 언제든 즉각 종료할 수 있도록 된 만큼 앞으로 일본과의 실질적인 대화 진전 상황에 따라 다시 지소미아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로는 지소미아 종료일이 다가오면서 한일 양국 정부를 상대로 활발한 중재와 압박 노력을 펼친 미국 정부도 지소미아가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발표 직후부터 '강한 우려와 실망'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써가며 지소미아 종료에 반대해 왔다.

특히 이달 들어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에 이어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연이어 방한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 재고를 직접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한미일 3각 안보공조 체제는 물론 한미동맹에까지 균열 우려가 높아지자 청와대로서도 지소미아 종료가 가져올 파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나 한일 갈등으로 이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며 공개적으로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한 바 있다.

미 상원도 지난 21일(현지시간) '한일 지소미아 연장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압박에 가세했다.

미국은 우리뿐 아니라 일본을 향해서도 태도 변화를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우리에게만이 아니라 일본에게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미측에서 지속적으로 일본에도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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