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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10년차 로스쿨 갈등, 이젠 진화해야 할 때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8 17:26

수정 2019.09.08 17:26

[특별기고]10년차 로스쿨 갈등, 이젠 진화해야 할 때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여년이 흘렀고, 올해까지 변호사시험이 8번 치러졌지만 여전히 로스쿨을 향한 잡음은 진행 중이다. 10년차 로스쿨이 과연 제도로서 안착을 했는지, 아니면 10년째 갈등으로 이제는 진화(鎭火)에 나서야 하는지 냉정하게 짚어볼 때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법률신문에 기고한 '로스쿨의 '진화'를 위하여 뜻을 모아야' 칼럼을 통해 "로스쿨은 행정부, 사법부, 법조계, 법학계가 의견을 모아 내린 제도적 결단이며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로스쿨 도입을 원하지 않았고, 사법시험 유지를 원했다. 법무부가 2015년 사시 폐지 4년 유예를 결정했던 근거는 국민의 85% 이상이 사법시험 존치를 원한다는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였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로스쿨 법안)이 통과된 경위를 보면 국민의 의사는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더욱 명확해진다.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에서 만든 로스쿨법안과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서로 맞바꿔 2007년 7월 임시국회 폐회 3분 전 한밤중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위 칼럼에서 로스쿨 도입으로 사회 구석구석에 법률가가 진출해 개천을 지키는 '메기'도 있고, 바다로 나간 '고래'도 있으며, 구름 위의 '용'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로스쿨 도입의 진정한 의미라고 주장한다. 즉 로스쿨이 도입되면 변호사의 법률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 후보자는 또 칼럼에서 고졸 출신도 독학사, 학점은행제, 사이버대를 통해 로스쿨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학금과 대출을 활용, 3년만 공부하면 되는 로스쿨이 사법시험보다 법조인이 되는 기회를 비용 면에서 더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독학사, 학점은행제, 사이버대를 거치고 평균 1년이 소요되는 리트시험을 준비한 뒤 30세가 넘으면 합격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는 로스쿨에 입학, 전업 대학원생 3년을 거쳐야만 비로소 변호사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바로 로스쿨 제도다. 고졸이 아무런 장벽 없이 바로 본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사법시험과는 진입장벽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결국 로스쿨 제도에서는 이런 진입장벽이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 법조인이 되려는 시도조차 못하게 만든다.
따라서 로스쿨 특별전형이나 취약계층 비율은 심리적 장벽으로 처음부터 도전을 포기한 국민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고, 로스쿨을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집단과는 이미 구별이 된다. 로스쿨이 사시보다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넓혔다는 말은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주장이다.
3년 안에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설계된 로스쿨이 10년 동안 야기한 문제점은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이제 인정하고, 그 문제를 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법조인 양성제도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다.

고봉주 대한법조인협회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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