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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재고’ 공개석상서 밝힌 홍 부총리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4 17:56

수정 2019.07.14 17:56

국회 출석 "반도체 몇개월 여력" 대외비 기업재고 언급은 이례적
일각선 "알려진 비밀… 영향 없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에 출석, "삼성전자의 반도체 완제품 재고는 몇 개월 여력이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은 대외비로 분류되는 기업의 재고 상황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른 한쪽은 어차피 공공연한 비밀이므로 기업에 현실적인 피해는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홍 부총리가 이 같은 발언을 한 이유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삼성전자가 기존에 완성된 반도체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아서다. 그는 "저희가 확인한 결과 완제품 재고는 몇 개월 여력이 있다"며 "기업이 걱정하는 것은 거기(완제품)에 들어가는 소재부품이기 때문에 (일본의 수출제한)조치가 장기화되면 어렵다"고 대답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상 반도체 재고 현황은 대외비로 분류된다.
가격협상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어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재고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수요자가 알게 되면 협상력에서 당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삼성전자가 가진 패를 미리 깐 셈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 역시 "일반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밝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재고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열린 2018년 4·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재고량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재고가 다소 증가했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안정적인 재고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답변만 제시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이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 만큼 일본의 이번 조치를 정치적으로 풀어내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몇 개월 여력이 있다"는 대답만으로는 기업에 실질적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단 메모리반도체 경기가 하향세로 접어든 만큼 재고가 늘었다는 점을 누구나 예측해볼 수 있어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호황일 때는 재고 쌓일 틈도 없이 바로 팔려나갔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가 쌓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업보고서에 제시된 재고자산 증감 추이로 재고 상황을 역추산해볼 수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는 반도체의 재고자산을 △제품 및 상품 △반제품 및 재공품 △원재료 및 저장품 △미착품으로 구분해 구체적 수치를 명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가와 시장조사기관에서 이 자료를 바탕으로 재고가 어느 정도 있는지 가늠해 제시하곤 한다"면서도 "어디까지나 가늠이긴 하다"고 설명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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