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中 구조개혁안 못 믿는 美… 이번에도 평행선만 달리나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5 17:28

수정 2019.02.15 17:28

美·中 고위급 무역협상 이견 팽팽
中 美반도체 수입 확대안 냈지만 중국제조 2025 돕는꼴 될까 우려
자국 차량 보조금 중단 계획 역시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 의문 던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15일 베이징의 국가영빈관인 댜오위타이에서 기념 촬영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15일 베이징의 국가영빈관인 댜오위타이에서 기념 촬영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양국간 인식차를 좁히는 데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베이징에서 7∼9일 차관급에 이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국 협상 대표단과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14일부터 15일까지 고위급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핵심 쟁점에 대한 접점 찾기가 난항을 겪으면서 무역협상 시한 연장 가능성도 기로에 놓였다.

■중국측 양보안에 美시큰둥

중국이 대미 양보안을 적극 개진했지만 미국측의 의구심이 워낙 깊어 딜 자체가 공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를 대거 구매하는 방안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이번 협상에서 미국산 반도체 구매 규모를 향후 6년에 걸쳐 2000억달러(약 225조4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보다 5배 많은 액수다. 미국이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의지가 강한 만큼 솔깃한 제안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중국 측이 제안한 반도체 구매 수요를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 수용할 만큼 공급역량이 안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힘든 달콤한 제안을 중국이 제안했다는 게 미국내 반응이다. 설령 이 제안이 실행되더라도 결과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점에서 반대 기류가 강하다. 이와 관련,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존 네프 대표는 중국의 반도체 구매확대 제안이 "'중국제조 2025' 달성을 위해 고안된 술책"이라면서 "매우 교활하다"고 비난했다. 반도체를 대거 구입해 2025년까지 의료·바이오, 로봇, 통신장비, 항공 우주, 반도체 등 10개 첨단제조업 분야를 육성한다는 '중국제조 2025'를 뒷받침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신에너지 차량 등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하겠다는 제안도 의구심을 사고 있다. 중국이 모든 보조금 프로그램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내놓지 않아 실행의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자동차 구매 보조금 중단을 제안해도 지방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 문제는 시정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또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30~31일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측에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 범죄인 인도 사안을 처리할 때 '대화 병행'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 강도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갈길 먼 정상회담

전반적으로 중국측의 제안에 미국의 의구심이 강한 데다 중국의 구조개혁에 대한 협상에 진척이 없어 양국 정상이 최종 합의에 이르기엔 갈길이 멀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고위급 협상에서 최소한 초안 수준의 합의에 도달해야 추가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우리가 진짜 합의라고 생각하는 곳에 가까이 있고 완성될 수 있다면 그것(협상 시한)을 잠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걸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양국 입장이 상당히 좁혀지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할 시간을 조금 더 주기 위해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구조개혁을 둘러싼 이견차가 워낙 커서 합의점 도출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SCMP에 따르면, 미국 측은 '검증(verifiable) 메커니즘'이란 용어를 앞세워 중국이 약속한 시간내 약속을 불이행하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관세율을 높이는 방식을 주장한다. 반면 중국 측은 '실행(implementation) 메커니즘'이라는 탄력적인 문구 사용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약속 불이행을 완전 검증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려는 미국과 탄력적 기준으로 퇴로를 모색하는 중국간 인식차가 큰 셈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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