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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주사 '프로포폴', 위험한 마취제일까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4 20:42

수정 2018.08.05 10:28

우유주사 '프로포폴', 위험한 마취제일까


일명 '우유주사'라 불리는 수면마취제 '프로포폴'로 인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프로포폴은 빠른 시간 내 마취가 가능해 수술이나 간단한 검사 시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정말 프로포폴은 위험한 마취제일까.

아이디병원 이혜진 원장(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은 4일 "프로포폴은 보관과 사용법만 정확하게 한다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매우 용이한 마취제"라고 설명했다.

■프로포폴, 심하게 사용하면 호흡 정지
프로포폴은 정맥으로 투여되는 수면마취제이다. 주로 수면 내시경이나 간단한 시술, 성형수술의 마취제로 사용된다. 특징은 다른 마취제들 보다 마취유도와 마취회복이 빠르다는 점이다.
프로포폴은 정상성인 기준 간에서 대사돼 체내에 남지 않고 소변으로 모두 빠져 나오며, 다른 마취제와 달리 오심, 구토를 일으키지 않아 환자도 의사도 부담이 적다.

하지만 과량 투여되거나 오남용(중독)의 경우 일시적인 호흡억제나 저혈압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호흡이 정지되면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전신 마취 후의 합병증만큼이나 위험하다.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사인도 프로포폴 오남용이었다.

미국에서는 2009년 통제물질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1년 2월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중점관리품목 마약류로 지정했다. 환각증상ㆍ무호흡 등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마약에 비해 중독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마약류나 향정신성 의약품에서 제외됐다가 일부 환자와 병의원에서 오남용, 부작용 사례가 속출해 지정 관리됐다.

이 원장은 "프로포폴은 향정신성 의약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잠금 장치가 있는 곳에 일반 약품과 구별해 보관해야 한다"며 "사용 전 용기에 표기된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약물은 즉시 폐기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프로포폴은 대두유(콩기름), 정제란인지질(난황) 등이 함유된 제형의 특성상 외부에 노출될 경우 세균번식의 위험성이 크므로 2~25℃ 환경에서 밀봉상태로 보관해야 한다"며 "개봉 후 6시간 이내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잔량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취과 전문의와 상담 후 진행
프로포폴의 사용상 주의사항에는 '마취과에서 수련 받은 사람에 의해 투여하고 환자의 기도유지를 위한 장치, 인공호흡, 산소공급을 위한 시설과 즉각적인 심혈관계 소생술의 실시가 가능한 시설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에서는 경영상의 어려움, 의료진 원가 절감 등의 이유로 마취과 전문의 상주 대신 일반전문의나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투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기준 병·의원급 프로포폴의 사용은 국내 공급량의 63%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동네 의원 비율은 46%로 마취과 전문의 상주에 대한 어려움이 현실적이다.

아이디병원 박상훈 대표원장(성형외과 전문의)은 "프로포폴은 마약류 품목으로 분류된 만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철저한 관리와 사용이 필수"라고 말했다.

■수면마취제, 어떤 종류 있나
수면마취제는 프로포폴 이외에 미다졸람과 케타민이 있다.

미다졸람은 프로포폴이 문제가 되면서 많이 사용하는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수면마취제다. 진통작용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아주 약한 대신 망각효과가 뛰어나다. 그래서 검사를 받을 때 통증을 느끼는 데도 검사를 받고 나면 통증을 잊어 다음 수술이나 검사 때 불안과 두려움을 감소시켜 준다.

진정 및 기억상실 효과 이외에도 적정 혈중 농도에 도달했을 때 음주를 한 듯 편안하고 이완된 효과가 나타난다. 심혈관계 억제 효과는 적은 편이나 혈압이 소폭 감소될 수 있고, 다량 투여 시 호흡을 억제시켜 무호흡에 이를 수 있다.

케타민은 수면마취 시 성인에서는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미다졸람이나 프로포폴과 병행할 경우 보다 탁월한 진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호흡억제가 적어 기도유지에 용이하며 진통작용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뇌혈류와 뇌압을 증가시켜 뇌혈관 질환이나 간질이 있는 환자에서 사용이 제한된다. 심박수와 혈압상승효과가 있고 다량 투여시 심근 억제효과가 있어 관상동맥질환이나 고혈압 환자에 사용하기 부적절하다.


미국에서는 우울증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남용·오용시 부작용으로 환각, 망상, 악몽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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