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45년 전 겨울, 부산서 잃어버린 지적장애 맏아들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9 16:59

수정 2017.05.29 16:59

1961년 부산서 태어난 김경택씨 열한살때 집 나간뒤 돌아오지 않아
여든 노모 "한번이라도 꼭 보고파"
김경택씨의 열한살때 모습
김경택씨의 열한살때 모습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들이 오두막에서 떨어져 지적장애를 갖게 됐다. 그런 속에서도 아들은 건강히 자랐지만 지적장애 때문인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수시로 집을 나갔다. 결국 아들은 11살이 되던 해 집을 나간 뒤 행방불명됐고 45년째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29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 살고 있는 최모씨가 잃어버린 아들 김경택씨(당시 11세)를 찾고 있다.

경택씨는 1961년 1월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택씨가 6개월이 됐을 때 최씨는 모유 수유를 위해 집 근처 오두막에 올라갔다.
하지만 갑자기 오두막이 무너지면서 떨어졌고 놀란 마음에 최씨는 아들을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최씨는 "경택이가 바닥에 떨어진 뒤 놀라서 동네 의원에 가서 침도 맞히고 돌아왔는데 다행히 큰 외상은 없었다"며 "이후에 여느 아이들처럼 건강히 자랐다"고 말했다.

경택씨는 무럭무럭 자라 창신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최씨는 아들이 또래 친구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경택씨가 뇌성마비이고 생후 6개월 때 떨어진 것이 원인인 것 같다는 소견을 듣게 됐다.

이후 경택씨는 이따금씩 집을 나가 자취를 감췄다. 학교와 이름이 적힌 책가방 덕에 경택씨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를 수차례. 결국 1972년 1월 8일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서 경택씨는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최씨는 경찰에 신고도 하고 신문에 광고도 냈지만 경택씨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최씨는 "경택이를 40년이 넘도록 만나지 못하게 된 그날도 처음에는 금방 경택이가 집으로 돌아올 것으로만 믿었다"며 "장애아동으로 보인다면 누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지만 겉으로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경택이가 어디서 헤맸을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지적능력이 낮은 경택이가 본능에 따라 배고픔을 못 이겨 어디서 무언가를 훔쳐 먹지는 않을지, 누가 어디선가 강제로 일을 시키고 있진 않을지 걱정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시간이 흘러 45년이 지나면서 최씨는 80세의 고령이 됐고 경택씨도 56세의 중년이 됐다. 경택씨 동생들은 이미 장가를 가 가정을 꾸렸지만 최씨는 여전히 맏아들을 잊을 수 없다.
그는 "학교에 다녀오면 동생들을 앉혀놓고 도란도란 재미 있는 이야기도 해주고 아껴줬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소중한 큰아들을 단 한번이라도 다시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전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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