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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로비스트 양성화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2 17:10

수정 2016.06.12 17:10

'로비스트'라는 말은 미국의 행정수도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유래됐다. 1850년 세워진 '윌러드'라는 이 호텔은 백악관, 국회의사당과 가까워서 당대 유명 정치인들이 자주 찾았다. 이들을 만나려는 이익집단 대표자들이 이 호텔 로비에서 모이는 일이 일상화하면서 이들을 로비스트라고 부르게 됐다.

과거 린다 김, 박연차, 진승현, 이용호 게이트 등과 관련해 언론은 이들을 로비스트나 브로커라고 불렀다. 부정부패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브로커는 물론이고 로비스트의 활동이 불법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관공서나 국회를 대상으로 입법활동 등 '한국형 로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국형 로비의 대부분은 전관예우가 연결 고리다. 지난주 국민의당 워크숍에서 전관의 크기를 수치화한 자료가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최한수 연구위원은 '전관예우와 기득권 카르텔'이란 주제발표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은 퇴직 1년 뒤 급여가 퇴직 전의 10~15배라고 했다. 왜 거액을 들여 전관에 사건을 맡겨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나왔다. 동일한 특성이 있는 사건에서 전관을 쓰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집행유예 확률이 약 15%포인트 높았다고 한다.

최 연구위원은 "퇴직공직자 취업제한규정이 1981년 만들어진 것처럼 전관예우는 구조적 문제"라며 "고위 공무원들이 조기 퇴직하는 것에 대한 혜택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간기업의 사외이사나 자문 역할, 로펌 고문 등을 하는 전직 관료는 로비스트로 보고 이들의 주된 활동, 급여수준, 접촉하는 공직자의 신원 등을 공개해야 한다"며 "민간 로비스트의 합법화와 적절한 규제가 전관예우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로비스트법이 논의된 지 20년이 넘었다. 1993년 김영삼정부 출범 때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늘 흐지부지됐다. 변호사 업계와 국회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대가를 받는 로비활동은 불법'이라는 변호사법이 합법적 로비활동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최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과 연루돼 전직 부장 판·검사가 구속되면서 로비스트 양성화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오는 9월 28일부터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도 시행된다.
김영란법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안착하려면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합법적 로비'의 길 말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로비스트 양성화에 대한 법제화를 기대해 본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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