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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무상급식보다 스포츠 강사 확보를/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23 17:57

수정 2014.11.07 06:00

현재 전국 초등학교 교원의 여성 비율이 75.1%이고 서울은 84.3%에 달한다고 한다. 여성이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성 비율이 높다 보면 아무래도 체육 수업지도에 어려움이 많기 마련이다. 수업 진행도 부담스럽고 각종 체육활동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배치사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작되었고, 4년차에 접어드는 지금 이 사업의 효과에 대한 현장의 평가가 아주 좋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얼마 전 이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들이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어 응원차 방문한 녹화장에서 학교 현장의 반응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녹화하는 틈을 타 스포츠강사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졌는데, 이들은 스포츠강사 사업이 만들어 낸 초등학교 체육 현장의 변화를 전해주었다.

강사들의 말에 따르면 초등학교에 스포츠강사가 배치되면서 체육시간에도 교실 안에 있기 일쑤이던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용하던 운동장이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들리고 땀내가 느껴지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스포츠강사 선생님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수업 부담을 한결 던 담임교사, 교장, 교육청, 학부모까지 스포츠강사 사업에 매우 높은 만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강사가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다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매년 200∼300명씩 늘려 가고는 있지만 5800개가 넘는 초등학교 중 4분의 1 정도인 1500개교에 한 명씩 배치하고 있을 뿐이다. 스포츠강사 배치의 혜택을 모든 학생이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학교에 1명은 배치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한 학교에 2∼3명씩, 즉 1만5000명가량은 배치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좋은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고, 문제는 예산 확보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각 시·도 교육청이 예산을 공동 부담하고 있는 사업인데, 지난해의 경우 교육청의 예산 미확보로 1300명의 목표인원 중 1224명만 배치되었다. 중앙에서 확보된 예산이 시·도 교육청의 예산 확보 문제로 미집행된 것이다.

예산 총액이 마냥 늘어날 수 없는 이상 어떤 사업에 얼마나 예산을 배정할지를 사업의 중요성을 따져서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의 중요성은 정책 현장의 수요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몇몇 시·도 교육청은 정책 현장의 제1순위 수요를 무상급식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무상급식에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대신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 즉 다른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 걸까.

여교사 비율이 제일 높은 서울시교육청에는 매년 배치되는 스포츠강사의 10%가 배정되고,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4억원 남짓한 예산을 투입한다. 그러나 서울시 전체 초등학교 158개교에 강사를 한 명씩 배치하는 데 드는 예산은 72억원이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이 무상급식을 위해 확보했다고 하는 1776억원의 예산 중 4%만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미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무상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스포츠강사를 통해 아이들이 활발하게 체육활동을 함으로써 몸이 건강해지고, 몸이 건강해짐으로써 마음이 건강해지며, 건강한 정신이 있어야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한 사람이 많아야 대한민국이 선진 일류국가가 될 수 있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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