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中·高교사 기능인 비하 언행 만연

최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2.16 21:19

수정 2014.11.04 15:10



“그렇게 공부 안 하다가 공고나 갈래?”

국제기능올림픽 통산 15회 우승에 빛나는 기능강국 대한민국. 그러나 교단에서는 기능인에 대한 비하와 직업차별적 언행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일반교육 부문의 기능장려 풍토 진단 및 대안:설문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연구원은 기능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초·중·고교 교사 등 133명을 상대로 1대 1 인터뷰 방식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방편으로 기능인 비하 발언이 자주 사용하고 있었다.

조사원들은 교사들에게 학생을 지도할 때 진학과 관련해 자주 사용하는 말이 무엇인지, 자신의 말이나 인식 속에 기능인 비하와 직업귀천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에 응한 교사들의 대표적인 응답들.

■초등학교-공장견학 때 봤지?

“너 도대체 나중에 뭐가 되길 원하느냐? 학교 앞 카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살기를 원하는 거냐, 아니면 번듯한 직장인으로 대접받기 원하느냐?”

“지난번 공장견학에서 푸른색이나 회색 옷 입고 더러운 기름 묻히면서 일하는 사람들 봤지? 그 사람들은 전부 공부를 게을리 한 사람들이야. 그렇게 되길 원하니?”

“네 꿈은 과학자라고 했는데 그렇게 공부 안 하면 과학자가 뭔가 만들라고 하면 굽실거리면서 만드는 사람밖에 될 수 없다.”

■중·고등학교-너 공고나 갈래?

“대학에 가고 싶으냐? 그러러면 실업계 고등학교보다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한는데 그 성적으로는 도저히 안된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인문계 학교에 갈 수 없다. 내 생각으로는 네 수준에는 실업계로 가는 것이 낫겠다.”

“회사에서 생산기능직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이 출세하거나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 있다면 말을 하지 않겠는데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다.”

■전문계(실업계) 고교-인간대접 받으려면 전문대라도

“다른 친구들은 유학 간다. 대학 간다 그러는데 네가 하기 싫은 공부가 아니면 기술이라도 제대로 익혀야 될 것 아니냐.”

“너 같은 학생은 대학은 고사하고 생산직 사원으로도 취업하지 못한다. 생산직 사원으로 취직이라도 해서 밥벌이를 하려면 지금 같은 정신상태로는 안된다.”

“공고 졸업해서 취직이라도 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좀 더 열심히 하면 전문대학은 갈 수 있다. 인간 대접받으려면 알아서 해라.”

■기능인 천시. 귀천의식 심각

교사들은 이 같은 언사가 기능인 천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답했다.

일반계고 한 교사는 “기능인으로 취업하면 앞으로는 장가가기도 힘들지 모른다.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능인도 괜찮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기”라고 잘라 말했다.

전문계고 한 교사는 “근래 교사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다. 실업계 나와서 취업을 했을 때 보수는 어떨지 몰라도 인간대접 받지 못한다. 인간대접이라도 받으려면 자격증 따서 전문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했다.


전문계고 교사들은 그러나 자격증으로 전문대학에 진학한 아이들도 결국 생산직으로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직이나 사무직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경기 수원시 A중학교 3년 담임 이모 교사(35)는 “일반계고에 진학할 성적이 되는데도 전문계고에 가는 경우는 내신을 높이기 위해서거나 전문계 특별전형을 노리는 경우”라며 “기능인을 육성한다는 전문계 고교 설립취지에 공감해서 진학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대입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고 했다.


연구원은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교과서에 기능인들의 성공사례를 담고 기능인의 경력경로(Career Path)를 보급하는 한편 학교현장에서 올바른 직업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khchoi@fnnews.com 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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