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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입자물리학계의 메카’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를 가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28 17:08

수정 2013.01.28 17:08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랜드마크 건물인 '더 글로브' 전경.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랜드마크 건물인 '더 글로브' 전경.

【 제네바(스위스)=박지현 기자】스위스 제네바역에서 프랑스 국경쪽으로 약 10㎞ 떨어진 거리. 차로 15분여를 달리면 프랑스와의 국경 한복판에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가 있다.

이곳은 지난해 7월 우주탄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힉스(Higgs) 추정 입자가 발견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곳으로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인 거대강입자가속기(LHC.Large Hadron Collider)를 가동 중인 입자물리학계의 메카다.

눈이 소복이 쌓인 지난 23일(현지시간), CERN의 과학자들은 여전히 힉스 입자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힉스 입자는 137억년 전 우주 빅뱅 당시 생성돼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입자다. CERN은 지난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지하 100m 아래에 50여억달러를 투입해 LHC를 준공하고 줄곧 이를 찾기 위한 실험을 계속해왔다.

LHC는 둘레 27㎞, 지름 8㎞ 규모의 원형 터널 안에 양성자나 중성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충돌시키는 장치로 이를 통해 빅뱅을 재현한 뒤 부서진 조각에서 힉스 입자와 초대칭 입자, 암흑물질, 쿼크-플라스마 등 초기 우주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CERN은 LHC에 'CMS' 'ATLAS' 'ALICE' 'LHC-b' 등 4개의 대형 검출기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보텀 쿼크를 주로 검출하고 분석하는 LHC-b 연구동으로 향했다. 겉보기에는 한산해 보이는 5층 남짓의 연구동 안에는 수많은 과학자가 끝없이 들어오는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분주했다. 한 번의 양성자 충돌 실험 이후 발생하는 데이터는 분석에만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 가까이 걸릴 정도로 엄청나다. 한곳에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데는 서버의 저장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 세계 각지의 데이터 서버를 활용해 나눠서 연구한다.

CERN의 유휘동 박사가 LHC-b 가속기 검출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ERN의 유휘동 박사가 LHC-b 가속기 검출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에 있는 연구자들과의 실시간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1989년 인터넷의 시초인 월드와이드웹(WWW)이 이곳에서 개발된 배경도 이러한 필요로 인한 것이었다.

연구동 내부 1층에는 미국 시카고의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와 독일의 중이온가속기연구소(GSI) 등 전 세계 핵입자 물리 연구소의 내부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4분할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24시간 전 세계 어디서나 LHC의 데이터를 체크하고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인 셈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CERN은 전 세계 핵입자물리학 연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CERN의 LHC 실험에 참여한 과학자 수는 1만명으로 전 세계 핵입자물리학자의 50%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의 연구자도 90여명이 LHC 실험에 참여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ERN의 유휘동 박사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각지에서 LHC에 대한 데이터를 등급에 따라 접근할 수 있어 연구의 규모를 따지자면 역사상 세계 최대 규모"라며 "이렇게 큰 규모의 실험센터에서 연구하는 것이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입자를 찾기 위한 점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라고 평가했다.

CERN은 오는 3월 지난해 발견한 입자가 진짜 힉스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당초 지난해 말 결과가 판명날 예정이었지만 이상 징후들이 발견되면서 발표 시기가 미뤄졌다.

유 박사는 "매순간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힉스 입자의 발견과 그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까지 수많은 정보와 의견 수렴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는 봄 중요한 학계 행사를 앞두고 그간의 연구 성과가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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