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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 만능론'을 주의하라 [테헤란로]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8 16:31

수정 2024.05.08 16:31

'캐즘 만능론'을 주의하라 [테헤란로]

[파이낸셜뉴스] 지각 변동 등으로 지층 사이에 발생한 단절된 틈.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대중화를 앞두고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

좀처럼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두개의 문장은 한 단어를 설명하고 있다. 바로 최근 전기차 관련 주제에는 빠지지 않고 달라 붙는 '캐즘(chasm)'이다.

쉽게 말해 캐즘은 시장에 변화를 줄 정도의 기술이나 제품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겪는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2020년 초반부터 눈부신 성장을 이어오던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성장세가 눈에 띄게 꺾이면서 자연스럽게 캐즘이 회자되고 있다. 사실 아직까지도 드러나는 숫자로만 보면 캐즘이라는 말이 맞는지 의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는 전년대비 16.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두자릿수 성장세다.

하지만 비교 대상을 2020년대 전체로 돌리면 그래프가 확 꺾인걸 확인할 수 있다. 전년 대비 기준 전기차 성장률은 2021년 109%로 정점을 찍었다가 2021년 56.9%, 지난해 38.5%로 크게 줄었다.

문제는 이 캐즘이라는 단어가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판매량이 위축된 것도, 신차 출시가 늦어지는 것도 모두 캐즘을 이유로 대면서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의 원인을 단순히 캐즘이라고만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기차 급성장은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이 탄소중립 관련 법안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는 기반을 마련했고 인센티브 등을 통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영향이 크다. 반대로 최근 시장 위축은 내연기관의 배기가스 규제 완화 분위기가 확대되고 인센티브를 축소, 폐지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유럽과 함께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의 경우 가성비 전기차 출시, 정부의 친환경 정책 등으로 여전히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이고 있는 '캐즘 만능론'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 위축은 전기차가 당면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불가역적 방향도 전기차가 맞이할 현실이다.
캐즘에 매몰되지 않고 투자 확대,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예정된 미래를 좀더 빨리, 보다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선제적인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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