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110억대 기업형 전세사기… 사칙 만들고 실적보고까지 했다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2 12:00

수정 2024.05.02 18:44

경찰, 총책 등 조직원 119명 검거
동창·친척 등 지인 모아 조직화
서울에 본사 두고 지사 운영도
'전세사기 조직' 검거 관련 자료들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수도권 일대 무자본 갭투자 방식 '전세사기 조직' 총책 등 119명 검거 브리핑 관련 자료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조직' 검거 관련 자료들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수도권 일대 무자본 갭투자 방식 '전세사기 조직' 총책 등 119명 검거 브리핑 관련 자료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로 전세사기를 벌인 기업형 범죄조직 11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기 총책은 고등학교 동창과 친척 등을 모아 사칙과 회칙 등을 만드는 등 기업형 조직을 꾸렸다. 총책은 단체 대화방을 통해 업무보고를 받고 곳곳에 지사 사무실까지 운영했다.

■'매매가보다 비싼 전세', 110억 전세사기

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김기헌 총경)에서는 범죄집단조직 및 활동·사기·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전세사기 조직 총책 등 119명을 검거했다.
총책 A씨(43) 등은 지난 2020년 5월 서울에서 'OO주택'이라는 상호로 부동산 컨설팅업체를 설립했다. 이후 2022년 8월까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빌라, 오피스텔 등 주택 428채를 매수해 그중 전세보증금 110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임대차 수요가 높은 수도권 지역의 중저가형 빌라, 오피스텔 등을 타깃으로 주택 매매와 전세를 동시진행했다. 전세사기조직은 자기 자본 한푼 없이 임차인에게서 주택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은 뒤 주택 매도인에게 주택 매매 대금으로 지급했다. 그리고 매매 대금과 전세금과의 차액 일부를 리베이트로 넘겨받았다.

그 과정에서 명의 대여자를 내세워 그가 주택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전세 임대를 하는 것처럼 꾸몄다. 임차인은 그 배후에 주택 매매 및 리베이트를 넘겨받는 전세사기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명의 대여자를 집주인으로 알고 계약했다.

총책 A씨와 '부장' B씨(35) 등은 고등학교 동창, 친척 등 지인들을 모집해 전세사기 조직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사장·부장·과장' 등 체계 및 사칙과 회칙까지 만들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을 통해 '업무보고, 실적 취합' 등 보고를 하는 체계도 구성했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경기 부천과 구리시에 각 지사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세입자 다가자 초단기 월세로 또 수익 내

이들은 피해자가 발생한 이후에도 추가로 초단기 월세를 놓아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으로부터 보증보험을 든 세입자는 집주인으로부터 받지 못한 보증금을 HUG 등에서 받을 수 있다. 이후 HUG 등은 집을 경매로 넘기게 된다. 명의 대여자 C씨(54)와 D씨(61)는 세입자가 나가 집이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60만~100만원 상당의 월세를 받으면서 지난 2023년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각각 6500만원, 825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총책 A씨는 별건의 전세사기 관련 사건으로 구속돼 있는 것으로 파악했으며, B씨를 포함한 부장단 5명과 명의대여자 C씨 등 6명을 구속했다. 명의대여자 D씨는 사전 구속영장심사 때 도주해 현재 수배를 내린 상태다.


경찰은 피해를 신고한 임차인 75명 몫의 주택 보증금 110억원을 피해금으로 보고 몰수보전했다. 또 부장단 5명의 리베이트 수익금 4억3000만원 상당을 추징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HUG, 서울보증보험(SGI),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보증보험 가입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임차인들은 전세보증보험을 반드시 가입하고,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으로 주변 매매가 및 전세가를 확인하는 등 임대차계약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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