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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 비현실적, 방위비 예단 못해”..외교부 ‘트럼프 전망’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5 16:54

수정 2024.04.25 17:20

조현동 주미대사 기자간담회
NCG 비롯한 안보협력체제 언급하며
"경제·기술까지 제도화 심화된 상태"
美의회 물론 트럼프 측 비공개 접촉
트럼프 '韓핵무장' 자신 있게 일축
트럼프 리스크에 조기협상 방위비
"트럼프 집권시 수용할지 답변 어려워"

조현동 주미국 대사가 2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
조현동 주미국 대사가 2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급진적 정책을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여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있다. 우리나라에선 한미동맹 안보체계의 변화, 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조현동 주미대사는 트럼프 2기가 출범하더라도 한미동맹의 큰 방향에 변화는 없다고 확언했다. 트럼프 측 인사들과의 비공개 접촉을 근거로 한 자신감이다.


"美대선 어떤 결과 나와도 한미동맹 변화 없다"

조 대사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한미동맹의 큰 방향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미 대선의 향방은 전혀 알 수 없고, 대선 이후 한미관계에 대해 여러 예상들이 있는데 분명한 건 한미동맹의 수준은 이전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이라며 “이미 다층적인 고위급 논의와 핵협의그룹(NCG) 같은 안보협력체제, 경제·과학기술 분야 협력은 이제 단순히 협력 강화라는 말로 표현키 어려울 정도로 제도화가 심화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 상·하원 의원들을 만났을 때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기대감은 한결 같았다”고 전했다.

또 외교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1기 트럼프 정부 때 인사들이 주장하는 여러 급진적 정책들에 대해 현실화되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특히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가 최근 언론을 통해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주장한 데 대해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굉장히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도 자체 핵무장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미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독자 핵무장 관련 청중 질문에 “북한이 미사일 위협을 고도화 할 때마다 그런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한다. 마음 먹으면 1년 내에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면서도 “단순히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경제학과 정치경제 방정식이 있다. (한미) 워싱턴선언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존중 의무도 들어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핵무장보다 NCG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미 핵전력 공동운용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여러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게 아닌 특정국과 양자협의를 하는 건 NCG가 유일해서다.

방위비 리스크는 말 아껴.."다만 트럼프 측 한미동맹 공감"

외교부의 이 같은 전망은 정부가 트럼프 측 인사들과 비공개로 접촉하는 데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미 고위인사를 만나면 주미대사관 소셜미디어로 홍보하는데, 트럼프 측 인사들과의 접촉은 홍보하지 않는다. 그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며 “일본이나 다른 국가들이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해 방미해 접촉하고 정부 차원의 팀을 만들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미 고위인사들의 반응은 당연히 긍정적이지 않다. 우리 정부는 균형감과 민감성을 감안해 접근하고 있고, 특히 트럼프 측 네트워킹은 드러나지 않게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표적인 ‘트럼프 리스크’로 꼽히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결과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 너무나 많은 전제와 가정을 해야 한다”며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런저런 코멘트를 했지만 한미동맹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거나 부정적이진 않다. 트럼프 측 인사들도 한미동맹 공약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SMA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23~25일(현지시간) 진행되고 있다. 이번 협상은 내년 말에 종료되는 현재 SMA가 1년 8개월이나 남은 이례적으로 조기에 개시되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리스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위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국들의 방위비 지출이 너무 적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앞서 트럼프 정부 1기 당시 SMA에 대해 5배 증액을 요구한 바도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현재 미 정부도 어느 정도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2021년 협상에서 13.9% 인상한 1조1839억원으로 정해 2025년 말까지 4년 적용을 타결했는데, 2022년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동맹이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되면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늘어나서다.
이 때문에 미 국무부는 앞서 방위비 분담금을 두고 “한미동맹에 대한 강력한 투자”라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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