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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금융당국, 규제 불확실성 걷어낼 때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2 19:15

수정 2024.04.22 19:15

박소현 금융부 차장
박소현 금융부 차장
"한국 금융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규제입니다. 특히 이 규제가 예측 가능성이 없습니다."

한국 금융시장은 오랜 꿈이 있다. 금융시장 선진화와 글로벌 금융중심지 도약이다. 한국 경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한국 금융시장은 아직 선진 시장에 도달하기에 요원하다. 일부 금융사가 해외에서 지난해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냈지만 아직 해외투자에 씨앗을 뿌리는 단계다.
한 글로벌 금융사의 한국 고위 관계자에게 한국 금융시장이 왜 매력이 없는지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이 고위 관계자는 정확히 한국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을 예로 들었다. 갑작스러운 공매도 전면 금지정책으로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금융시장의 높은 규제를 우려하는 의견은 해외 석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지배구조 전문가인 토마스 노에 옥스퍼드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 금융시장의 잠재력을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이메일 인터뷰 질의에 "한국은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가 한국이 주요 글로벌 금융중심지가 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한 이유도 바로 한국 금융당국의 '규제'다. 노에 교수는 한국 정부에 국내 경제 자율성을 내려놓으면서 금융사를 국제 플레이어로 만들지부터 먼저 결정해보라고 직설적으로 조언했다.

사실 올해 한국 금융시장 1·4분기는 총선을 앞두고 금융당국 기조를 충실히 따랐다. 전쟁과 선거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에 미국 금리인하 시기마저 불투명한 올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해보다 높았다. 하지만 한국 금융사들의 올해 최일성은 공통적으로 '상생금융'이었다. 전 금융사에 관련 부서가 신설됐고, 각 금융사는 실적에 맞춰 총 2조원 넘는 이자를 돌려주는 '민생금융'을 설 연휴 전부터 실행했다. 홍콩 ELS에 투자했다 큰 피해를 본 투자자에게 금융사가 자율배상할 것인지 결정도 총선 전에 서둘러 매듭지어졌다. 금융사 내부적으로도 공격적인 성장전략보다는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가 화두였다.

총선은 끝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4대 금융그룹의 시가총액은 글로벌 금융사의 시가총액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주소다.
이제 금융당국은 규제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금융산업 육성방안 모색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다.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에 나서고, 때늦은 규제는 풀어줘야 한다.
일본 금융시장이 30년 투자의 결실을 지금 거두는 것처럼 한국 금융시장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gogosi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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