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갱단과 전쟁 들어간 에콰도르, 치안 강화 국민 투표 개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2 09:52

수정 2024.04.22 09:52

에콰도르 전역에서 치안 강화를 위한 개헌 국민 투표 개시 지난 1월부터 갱단과 전쟁 시작한 정부, 갱단 소탕 위한 개헌 강행 투표 당일에도 교도소장 암살 등 갱단 폭력 잇따라
에콰도르 서부 과야스주 노볼에서 21일(현지시간) 치안 강화를 위한 개헌 국민 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군인들이 투표소를 지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에콰도르 서부 과야스주 노볼에서 21일(현지시간) 치안 강화를 위한 개헌 국민 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군인들이 투표소를 지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1월부터 갱단과 전쟁 중인 남미 국가 에콰도르에서 대대적인 치안 강화 조치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 투표가 시작됐다. 현지에서는 투표 당일에도 교도소장이 피살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미국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전역의 4322개 투표소에서는 1800만명 인구 중 18∼64세 1300만명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국민 투표가 시행됐다. 이번 투표에는 안보와 경제 분야의 헌법 개정과 관련된 11개의 찬반 선택지가 포함되었다.
대표적으로 △마약 갱단을 비롯한 '범죄와의 전쟁'에 군병력 지원 및 일반 시가지에 병사 배치 허용 △외국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에콰도르 국민을 해당국 요청에 따라 외국으로 인도 △압수된 무기의 군·경 인도 및 즉각 사용 △살인범 등 형량 강화 및 만기 복역 명문화 등에 대한 찬반 여부가 투표 용지에 들어갔다. 또한 정부 계약과 관련된 상업 분쟁에 대한 국제 중재, 불법 자산의 국유화 절차 간소화 찬반 여부도 투표 대상이다.

페루와 콜롬비아 사이에서 태평양에 접하고 있는 에콰도르는 오랫동안 조직 폭력과 마약 범죄에 시달렸다. 콜롬비아와 페루 모두 주요 코카인 생산지로 불리며 에콰도르는 마약이 북미와 유럽으로 가는 통로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대선 당시에는 마약 조직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던 야당의 대선 후보 페르난도 바야비센시오가 갱단에 의해 암살당했다. 바야비센시오 암살의 배후로 알려진 에콰도르 로스 초네로스 갱단의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는 지난 1월 교도소 이감 직전에 탈옥하여 에콰도르 전체를 혼란에 빠뜨렸으며, 동시다발적인 교도소 폭동이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결선투표에서 35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된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마시아스의 탈옥 직후 갱단이 공영 방송사를 점령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어 내전 상태를 선포하여 공식적으로 군 병력을 동원한 뒤, 갱단 소탕에 나섰다.

21일 국민 투표 당일에도 혼란이 이어졌다. 이날 히피하파 지역 한 식당에서는 엘로데오 교도소의 코스메 다미안 파얄레스 소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목격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온 괴한들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에는 남부 카밀로폰세엔리케스 시장인 호르헤 산체스가 괴한의 총격에 사망했고, 19일 포트로벨로에서는 호르헤 말도나도 시장이 총에 맞아 숨졌다.
현지 경찰들은 17~19일 사건 모두 갱단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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