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확률 공개로 돌아선 '겜심' 돌리려면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1 18:58

수정 2024.04.21 18:58

임수빈 정보미디어부
임수빈 정보미디어부
"2015년부터 국내 게임사들은 자율규제를 준수하며 확률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있었다. 법이 시행된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공개 의무화 내용이 담긴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처음 취재할 당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개정안이 시행된 지 딱 한 달이 지났다. 상황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예상과 달리 게임사 홈페이지에는 정정 공지가 잇따라 올라왔다. 자체 전수조사를 진행함에 따라 고지한 확률정보와 실제 확률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 발견됐다고 한다.
등장 확률이 알고 보니 고지된 것보다 낮게 설정된 아이템은 물론 특정 횟수 뽑기 시도 전까지는 획득 확률이 0%로 설정된 바닥 시스템도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에 우려를 표해왔지만 결과적으로는 개정안의 필요성이 증명된 셈이다.

문제가 된 게임사들은 이런 상황을 '오류'로 정의했다. 표기에 실수가 있었던 것일 뿐 확률 조작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상절차도 진행 중이다. 다만 단숨에 이용자의 불신을 해소할 수는 없을 듯하다. 정정된 아이템 확률이 실제 적용 확률보다 높게 공시돼 왔던 점은 비판을 받고 있다. 법 시행 하루이틀 전 홈페이지에 우후죽순 올라온 오류 공지들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만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실제 법 시행일인 3월 22일 이전에 표기 오류를 공지한 게임사들은 개정안 처벌대상은 아니다.

신뢰회복을 위한 게임사들의 전면적인 쇄신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신작 출시 전 확률 고지 검수를 철저히 하고 '휴먼에러'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핵심 비즈니스모델(BM)인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이어가야 한다.

아울러 정부 차원의 관심과 노력도 중요하다. 업계에서도 개정안에 대해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는 십분 공감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인 확률정보 공개 해설서가 늦게 공개되는 등 실무에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 등은 아쉽다. 관련 부처에서 업계 이야기를 보다 경청할 필요가 있다.
중국 등 해외 게임사가 확률 공개의무를 어겼을 때 적극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달 초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확률 공개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국내외 게임사 9곳에 시정요청 공문을 발송했는데, 대부분이 해외 사업자로 드러나기도 했다.
게임이용자 권익보호 강화를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soup@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