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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칼럼] 지방 활력의 시작 '생활인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1 18:58

수정 2024.04.21 18:58

이형일 통계청장
이형일 통계청장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 찾아왔다. 이맘때면 방방곡곡이 꽃축제가 열리며 인산인해를 이룬다.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 군항제에는 매년 400만명 넘게 방문하여 봄을 만끽한다.

인구 3만명이 채 되지 않는 전남 곡성에서는 작년 장미축제를 22만명이 찾았다. 이들은 이곳에서 먹고 즐기고 소비하며 지역 살림살이에 적잖은 기여를 한다. 이렇게 외지에서 방문하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들을 주목한 것이 바로 '생활인구'이다.


생활인구는 정주인구, 즉 주민등록인구와 외국인등록인구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통근·통학·관광 등을 위해 월 1회 이상, 하루 3시간 이상 머문 사람(체류인구)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대전 유성구에 거주하는 사람이 서구의 직장에 다니며 이달 초 진해 군항제에 다녀왔다면 그 사람은 세 지역의 생활인구가 된다. 수도권에 집이 있지만, 직업이 공무원인 사람이 세종시로 출퇴근하면 세종 생활인구가 된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하거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경우도 생활인구에 포함된다. 따라서 어떤 지역의 생활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곳을 일터·삶터·쉼터로 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며, 그만큼 활력이 넘치는 지역이라는 것이 된다.

그러면 생활인구는 어떻게 당면한 지방소멸 위기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먼저 정부의 인구정책이 '거주' 중심에서 '실생활' 중심으로 확장됨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간의 정주인구 확보 경쟁은 결국 다른 지역의 인구감소를 촉발하여 국가적으로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나, 생활인구 유치 경쟁은 모든 지역의 활력을 높여 윈윈게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지방교부세나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같은 재정지원 시 생활인구 확대에 적극적인 지자체를 우대하거나 공모형 사업의 가점 부여, 투자사업의 타당성 조사 등 정책 수립 시 더욱 객관적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특성에 따라 적합한 생활인구 유치전략이 마련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예를 들어 주말 관광·쇼핑과 같은 비정기적인 방문지역인 경우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일별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통근·통학과 같은 정기적 방문지역은 대중교통을 확충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젊은 층의 단기방문이 많은 지역이라면 일과 휴식을 겸할 수 있게 하는 워케이션 사업을 통해 체류기간을 늘릴 수 있을 것이며, 노년층이 많은 지역이라면 병원이나 실버타운 건립을 지원해 해당 인구의 편의를 증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범국가적 과제인 지역소멸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통계청도 힘을 보태고 있다.

작년에는 시범사업을 통해 생활인구 산출기반을 마련했다. 충북의 대표적 관광지인 단양군은 2023년 6월 정주인구가 2만8000명에 불과하나 이의 8.6배인 24만명이 한 달 동안 이곳을 찾았고, 서핑의 성지로 떠오른 강원 양양은 같은 시기 정주인구의 12.7배가 그곳을 찾았다. 그만큼 지역의 활력이 더해진 것일 터이며, 이를 생활인구로 측정한 것이다.

통계청은 올해부터 89개 전체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 산정 결과를 분기별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자료와 법무부의 외국인등록자료를 기초로 통신사, 카드사, 신용정보사의 민간정보를 가명결합하여 빅데이터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각 지역의 생활인구 규모뿐만 아니라 그곳의 체류특성 및 체류인구 증감요인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지역 맞춤형 대책 수립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이 씨앗이 되어 지방활력이라는 꽃이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이형일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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