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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승부수'… 美반도체공장 건립에 보조금 대거 투입[美, 삼성전자에 보조금 64억弗 지원]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5 18:16

수정 2024.04.15 19:25

인텔·TSMC 이어 3번째 많아
美대형 팹리스들과 협력 강화
中사업 불확실성은 부담 우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의 승부수'… 美반도체공장 건립에 보조금 대거 투입[美, 삼성전자에 보조금 64억弗 지원]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64억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 반도체 보조금을 앞세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인텔, TSMC와 비교해 투자액 대비 가장 많은 보조금을 수령하면서 대미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릴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첫 2나노미터(1nm=10억분의1m) 양산 체계 구축을 공식화하면서 파운드리 초미세공정 주도권 경쟁이 한층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美 보조금 지급에 대미 추가 투자 결단
15일 미 상무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확정한 기업은 △삼성전자 △인텔 △TSMC △글로벌파운드리 △마이크로칩테크놀러지 △BAE시스템스 등 6곳이다.

보조금 규모만 따지면 삼성전자가 인텔(85억달러), TSMC(66억달러)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인텔과 TSMC는 저리 대출 110억달러, 50억달러를 포함해 각각 총 195억달러, 116억달러의 지원금을 받는다.


미 상무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급은 삼성전자가 상응하는 대미 후속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 상무부 발표에 맞춰 반도체 공장, 첨단 패키징 시설, 연구개발(R&D) 센터 등 미국 내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대미 투자액을 450억달러까지 대폭 확대한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2공장 투자 비용보다 2.6배 가량 늘린 것이다. 이번 보조금 지급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미국 기업들간 협력 강화도 기대된다. 실제 삼성전자의 투자액 대비 보조금 지급 비율은 14.2%로, 보조금 수령 기업 중 가장 높다. 인텔과 TSMC는 8.5%, 10.1%를 나타냈다. 미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해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더 많은 보조금을 얻어내기 위해 미 상무부와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편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국에 많은 생산거점을 짓는 것이 향후 미래 반도체 사업 경쟁력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테일러 공장에 2나노 양산라인 만든다
삼성전자는 추가 투자를 통해 테일러 공장에 2나노미터(1nm=10억분의1m) 양산 라인을 건립하기로 했다. 인텔, TSMC와의 파운드리 수주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2나노 양산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을 국내에 준하는 핵심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삼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부터 2나노 및 4나노 대량 생산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TSMC, 인텔 등과 파운드리 초미세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미국 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중국 사업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초과 이익 시 보조금 최대 75% 환수, 중국 내 증설 제한 등을 내걸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128단(V6) 낸드플래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각국이 거액의 보조금을 미끼로 첨단 기업 유치전에 뛰어든 만큼 우리나라도 파격적인 보조금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미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도전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전자의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당분간 국내 투자는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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