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동반성장의 새로운 길 '냉동김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9 18:20

수정 2024.04.09 18:20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올해 주제는 '신뢰 재건(Rebuilding Trust)'이었다. 포럼의 참석자들은 글로벌 위기 해결을 위해 신뢰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류의 최대현안인 기후변화,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쳐야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상호협력이 필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 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번영지수(property index)에서 한국의 사회적 자본 지수는 전체 167개국 중 107위였다. 경제·보건·교육 등 9가지 지표를 종합한 순위 29위보다 한참 떨어지는 수치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신뢰 지수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제로섬(zero-sum)게임은 경쟁을 심화시킨다. 상대가 이기면 내가 지기 때문에, 상대방과의 협력은 선택지에 있을 수 없다. 우리사회의 양극화와 계층갈등이 심해진 데에도 지나친 경쟁이 불러온 승자독식 구조 영향이 크다. 그렇다고 방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총합이 0이 되는 '제로섬'에서 모두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윈윈(win-win)'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 협력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경제성장은 요원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냉동 김밥'의 성공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냉동김밥의 수출성공 배경에는 '윈윈'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중소 식품기업에 해외 판로와 마케팅을 지원해 냉동김밥 수출성공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코리안 스시'라고 불리던 김밥이 제 이름 '김밥'(Kimbap)으로 세계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토대를 마련했다.

김밥 열풍과 함께 지난해 김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아울러 국내산 쌀 수출에도 기여하면서, 냉동김밥을 비롯한 '쌀 가공식품' 수출액도 3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냉동김밥 수출이 급증하면서 떡볶이와 막걸리 등 K-푸드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의 협업으로 K-푸드 열풍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냉동김밥 수출 성공 스토리는 동반성장 성과로 인정받아, 지난달 농업기관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 '윈윈 아너스'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각자도생이 아닌 동반성장이 필요한 시대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힘을 합친다면, 이 협력이 만들어낼 시너지는 무궁무진하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동반성장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냉동김밥 열풍을 일으킨 동반성장 문화가 사회 곳곳에 퍼져나가 대한민국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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