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알리, 어린이 용품 발암물질 논란...인증 규정 없어 재발 가능성 높아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9 13:25

수정 2024.04.09 13:25

알리익스프레스 검사 결과. 사진=뉴시스
알리익스프레스 검사 결과.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용품에서 인체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가 내부 조사를 시작했다. 다만, 어린이 용품에 대해 특히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치는 국내 사업자와 달리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의 경우 판매를 위해 플랫폼에 올라오는 제품에 대한 사후 검열 외에는 방안이 없어 위험성을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최근 안정성을 지적받은 상품들에 대한 내부조사를 시작했다. 알리 측은 "안전인증이 필요한 상품이 국내 규정의 요구사항보다 부족한 경우에 대해 플랫폼에서 즉시 삭제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8일 오전 해외 직구 상품 안전성 검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서울시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안전 확보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생활 밀접 제품 3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개 어린이 제품 등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내구성 등 물리적 안전성이 충족되지 않는 제품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기술표준원 안전 인증 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 FITI시험연구원이 검사한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품목은 어린이용 물놀이 튜브와 보행기, 목재 자석 낚시 장난감, 치발기(사탕 모양), 치발기(바나나 모양), 캐릭터 연필, 지우개 연필, 어린이용 가죽 가방 등 8개다.

특히 어린이용 가죽 가방에서는 플라스틱을 가공할 때 사용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4종(DEHP, DBP, DINP, DIBP)이 검출됐다. 총합이 기준치의 55.6배에 이르렀다.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 발암 가능 물질(2B등급)이다.

어린이용 물놀이 제품(튜브)에서도 기준치의 33배가 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연필 2개(DEHP 33~35배)와 목재 자석 낚시 장난감(DBP 2.2배)에서도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업계에서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국내 제조사의 경우 어린이 제품은 KC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에서 판매되는 물품에 대해서는 제재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KC인증은 통상 국내 판매자들이 약 500만원 가량을 들여 공식 대행업체를 통한 절차를 밟아 3~6개월 소요되지만, 알리는 이러한 인증 없이 국내에 팔고 있다.
유럽의 CE마크, 일본의 PS마크처럼 국가별로 안전과 품질, 환경안전을 인증하는 KC인증은 특히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에 필수인데, 중국 직구업체의 어린이 제품은 이런 인증을 받지 않는다. 어린이 제품의 경우 국내에서 KC인증을 받지 않고 판매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과태료 등에 처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법을 준수하며 법에 저촉되는 상품을 아예 팔지 않지만, 알리는 한국 시장을 '치외법권' 지대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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