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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외면에 1개만 남은 손실제한 ETN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7 18:46

수정 2024.04.07 21:25

상품 구조 복잡… 수익률도 제한
증권사도 신상품 출시 계획 없어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연합뉴스
7년 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야심차게 들고 나왔던 손실제한 상장지수증권(ETN)이 이제 1개만 남았다. 상품 구조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수익률이 제한되면서 투자자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손실제한 ETN은 '미래에셋 KRX금현물 Auto-KO-C 2810-01' 1개가 전부다. 지난해 유일하게 상장(10월 26일)된 상품이다. KRX 금현물은 기초지수, 'Auto-KO'는 자동 조기상환 조건, 'C'는 콜 구조를 의미한다. 마지막 숫자는 만기일(2028년 10월)을 뜻한다.


손실제한 ETN 시장은 금융위가 2016년 11월 '파생결합증권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열렸다. 당시 주가연계증권(ELS)에 몰려있는 중위험·중수익 투자자들을 분산하고, 예·적금 가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듬해 3월 말 첫 상품들이 상장됐다.

당시에도 4개 증권사가 참여해 18개 상품을 상장하는데 그쳤다.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후 추가로 상품이 나오긴 했으나 대부분 만기가 1~2년으로 출시되면서 만기 도래에 따라 상장폐지를 맞았다. 그 속도를 신상품 출시가 따라가지 못했고, 시장은 쪼그라들었다.

'상장지수펀드(ETF) 대비 변동성이 큰 ETN의 손실 하단을 막아준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등장했지만 이를 위한 비용을 빼면 수익률 상승세가 억제된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률 상단이 막힌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는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그 구조가 복잡해 개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거래소가 분류하는 수익구조 유형만 해도 콜, 풋, 레인지 어크루얼, 버터플라이, 콘도르 등 11개에 달한다. 상품 설계방식에 따라 수익 및 손실 폭이 달라 선택도 쉽지 않다. 투자자가 만기 최소지급금액, 옵션 행사가격 등을 일일이 따져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초지수가 코스피200, 코스닥150 정도로 한정된다는 점도 시장 확장을 방해했다. 지난 2019년 양매도(콜·풋옵션을 동시에 팔아 박스권에서 수익을 내는 전략) 등이 나왔으나 거래대금을 키우지 못한 채 사라졌고, 홍콩항셍기업지수(HSCEI) 등 해외지수를 따르는 상품은 없었다. 이 때문에 시장 활성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 과거 상품을 냈던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신상품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에셋증권은 ETN 가운데 손실제한형은 퇴직연금계좌에서 매매가 가능한 만큼 라인업을 확충할 계획이다.


한 증권사 ETN부문 관계자는 "처음 출시된 유형 대다수가 지수가 최초 설정해 놓은 배리어를 터치하면 수익률이 고정되도록 구조화돼 매매상품으로서 매력도가 떨어졌다"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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