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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제재, 천억원 과징금?" ELS 판매 銀 '책임감면'은 금감원장 재량...銀 전전긍긍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2 16:10

수정 2024.04.02 17:41

H지수 ELS, 銀 자율배상 수용 이후 '제재심의' 국면으로
C레벨 임원 제재 시 금감원장 재량으로 책임 감면 가능
은행장 관리·감독 노력 및 사후 수습노력 등 고려
판매수입 최대 50% 가능한 '징벌적 과징금'도
당국 판단에 달려...銀, 빠른 배상+제도개선으로 '폭탄 피하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21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3.21. 공동취재사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21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3.21. 공동취재사진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맨앞)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4.1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맨앞)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4.1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파이낸셜뉴스]KB국민은행을 비롯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자율배상에 나선 가운데 은행들의 기관·인적 제재와 과징금 감면에는 금융감독원장의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들이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3주 만에 수용한 배경도 제재규정상 '사후 수습노력'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인데, 금감원이 이런 노력을 얼마나 참작할 지가 관건이다.


ELS 판매한도를 결정하는 비예금상품위원회에 은행 각 부문 최고책임자(C레벨)들이 참여한 점 등을 고려하면 C레벨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LS 제재 국면으로...금감원 심사보고서에 은행권 촉각
2일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 ELS 판매 은행들이 지난주 금감원 분쟁기준안을 수용하면서 ELS 사태가 금융당국 제재심의 국면으로 전환됐다. 은행권에서는 금감원의 검사의견서를 받아들기에 앞서 제재 수위와 과징금 규모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우선 은행은 금감원이 지난달 22일까지 실시한 현장 조사·검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검사의견서를 받게 된다. 검사 결과에 대한 분석·정리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사의견서에는 ELS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법률·규정 위반 행위와 관련해 △위법 행위자, 감독자 △구체적인 위반 양태 등이 담긴다. 은행은 금감원의 검사의견서에 대한 의견진술서를 내고 소명할 부분을 소명하게 된다.

다음은 금감원의 제재심의 절차다. 금감원장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는 검사의견서 등을 토대로 금감원장에게 제재 수위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다. 지주 회장, 대주주에 대한 사안이나 중징계의 경우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제재가 확정된다. 금융위원회 안건소위원회, 정례회의가 한 달 약 두 차례 열리는 것을 고려하면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C레벨 대거 참여한 비예금상품위..금소법 위반 여부·정도 관건
은행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건 C레벨 제재 여부와 과징금 규모다. 은행들로서는 금감원의 조정기준안을 3주 만에 받아들이고 자율배상에 나선 점이 '사후 수습노력'으로 인정받아 기관·제재 감경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당국은 위법·부당행위 정도 뿐 아니라 사후 수습노력 등을 고려해 제재를 감면할 수 있다. 감독원장이 제재 감면기준 등에 대한 세부사항을 정하는데, 이복현 원장이 공개적으로 "자율배상 노력을 제재심의 과정에 참작하겠다"고 밝힌 만큼 감면 가능성 자체는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ELS사태에서는 지난 2021년 3월 25일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재·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만기 도래해 손실이 예상되는 ELS는 주로 2021년에 팔린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금소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임원이 법을 위반해 건전한 금융상품업 등을 영위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시 △해임요구 △6개월 이내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조치를 할 수 있다.

관건은 사후 수습노력을 얼마나 참작할 지다. 실제 ELS 판매 한도 등을 결정하는 각 은행 비예금상품위원원회에 소비자보호총괄임원(CCO), 리스크관리총괄임원(CRO) 등이 참여한 점은 은행들에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금감원이 비예금상품위원회 C레벨 임원들이 금융소비자 이익에 반해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판단할 경우 '위반행위자'가 되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은행장이 '감독자'로 책임을 져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예금상품위원회에서 CCO가 '비토(veto)' 권한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CCO에게 다른 위원들보다 더 강하게 책임을 물을 여지도 있다.

이때 금감원장은 제재 수위가 가장 약한 '주의'에 해당하는 임원에 대해서는 사후 수습노력 등을 고려해 '준법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제재를 면제해줄 수 있다. 아울러 관리·감독 책임자가 적절한 주의를 다한 경우에는 금융위 혹은 금감원장이 제재를 감경이나 면제할 수 있다.

■판매 수입 50% 과징금 폭탄? '사후 수습노력' 얼마나 참작되나
불완전판매 행위가 적발된 은행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및 시행령에 따라 ELS 판매로 얻은 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2021년 5대 시중은행의 ELS 판매 수수료 이익은 2806억8500만원 수준이다. 은행들이 ELS 상품 판매와 동시에 '선취 수수료'를 받는 걸 고려할 때 2021년 판매 이익을 기준으로 삼고, 1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설명의무를 위반하거나 부당권유를 한 경우, 상품 광고에서 투자에 따른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ELS 상품 광고에서 운용실적, 수익률을 표시할 때 H지수가 상승했던 기간의 실적·수익률만 표시하고 지수 하락 시 수익률을 누락했던 경우도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이는 금소법 '금융상품등에 관한 광고' 규정을 어긴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장의 판단에 최종 제재·과징금 수위가 달려 있는 만큼 은행들은 자율배상을 서두르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을 결의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9일 투자자들과 협의해 자율배상금을 지급했다.
은행들은 자산관리 신탁부와 소비자보호부, 리스크관리부 등을 중심으로 금융투자상품 판매관행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이사회 개편 시기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빠르게 결정을 한 이유는 제재와 과징금 산정에서 '수습노력'이 참작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천억원대 과징금을 맞으면 충당부채만으로 감당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장들과 만나 "홍콩 ELS 사태는 소비자보호 제도 자체의 보완 필요성 외에 은행들의 영업행태와 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준 사례"라며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시행되는 책무구조도가 내부통제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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