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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현대차·LG 역대 최대 통큰 투자, 규제 풀어 화답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7 18:14

수정 2024.03.27 18:14

총 168조 고용·생산 큰 효과 기대
세제감면 등 지원책으로 밀어줘야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하고 68조원을 투자한다는 대규모 국내 채용과 투자 계획을 27일 공개했다. 사진은 기아 광명 EVO 플랜트를 둘러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기아 제공)/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하고 68조원을 투자한다는 대규모 국내 채용과 투자 계획을 27일 공개했다. 사진은 기아 광명 EVO 플랜트를 둘러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기아 제공)/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이 '통 큰' 투자계획을 27일 내놓았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68조원을, LG그룹은 2028년까지 10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20여만명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수십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현대차는 3년간 연평균 22조700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완성차 부품 등 연관 산업을 고려하면 직간접 고용효과는 2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LG는 총투자액 100조원의 55%를 인공지능(AI), 바이오, 핵심소재, 차세대 배터리, 디스플레이 R&D에 투입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신규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스마트 팩토리 제조 핵심기지를 육성한다는 그림이다.

내수 침체와 투자 위축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나온 거대 재벌들의 최대 규모 투자·고용 계획은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국내 고용·투자 장기계획을 잘 밝히지 않는 현대차의 구체적 투자 계획은 주목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총 27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냈다. 7조원에 가까운 법인세를 내며 국가 세수 및 수출·투자, 고용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힘은 사람, 즉 인적 자원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자동차산업을 일으키면서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시장을 휩쓰는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 것은 국민의 근면성과 기능공의 우수한 능력, 헌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해 11월 울산 전기차(EV) 공장 기공식에서 "우리나라의 재산은 사람이다. 현대차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선대회장의 인본주의 정신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저출산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빠른 고령화로 경제활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2%대 성장률 달성도 만만치 않아 걱정이 크다. 게다가 막대한 보조금과 세금 감면 등을 무기로 자국 투자를 유치하려는 미국 등에 반도체와 같은 핵심산업 투자가 쏠리고 있다. 역으로 국내 투자가 줄고 일자리는 더 많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대졸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기업 가운데 최상위 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규직 취업 장벽이 매우 높다. 높은 연봉과 많은 복지혜택, 정년 연장 등으로 생산직이 '킹산직'(왕 생산직)으로 불릴 만큼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기업이다. 양질의 대기업 일자리를 찾는 고학력 청년층이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 쏠림, 중소기업 외면 현상이 고착화되는 것을 청년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경직된 노동시장, 인력 수급 미스매치의 구조적 문제에 대·중소기업 간 과도한 임금·복지 격차 등 여러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14%(2021년 기준)로 미국(58%), 독일(41%), 일본(41%) 등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 경제는 대기업 일자리 창출능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대기업 투자는 '특혜 시비'를 넘어 국가경제의 선순환이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기업 투자가 곧 일자리다. 고용과 근로자 소득이 늘고 내수가 살아나 경제가 회복한다. 늘어나는 기업 이익만큼 국가는 세수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이런 순환체계가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투자 규제를 해소하면서 세제 감면 등으로 촉진하는 것이다. 통 큰 투자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더불어 합리적인 노사 모델, 청년·고령 일자리 균형 등에서도 롤모델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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