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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3세 정기선 "창업주처럼 새 역사 쓰는 중"...'정주영 정신' 브랜드화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1 16:04

수정 2024.03.21 16:05

고 정주영 창업주 서거 23주기 맞아
HD현대 사업장에서 추모 행사 열어
판교사옥에서 흉상 제막식 개최
정기선 부회장 "조선업 넘어 미래로 갈 것"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다섯번째)이 21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정주영 창업자 흉상 제막식 및 23주기 추모식에서 권오갑 회장(네번째) 등 HD현대 주요 경영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다섯번째)이 21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정주영 창업자 흉상 제막식 및 23주기 추모식에서 권오갑 회장(네번째) 등 HD현대 주요 경영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이 21일 조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서거 23주기를 맞아 '정주영 정신'을 기리는 행사를 개최했다. 범현대가 기업 중 사업장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추모하는 행사를 연 것은 HD현대가 거의 유일하다. 재계에서는 범현대가의 젊은 리더인 정 부회장이 산업전환기 기업의 정통성을 재확인하는 한편,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젊음과 도전의 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해 창업주 정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창업주처럼 새 역사 쓰고 있어"

정기선 부회장은 이날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 R&D센터에서 열린 정주영 창업자 흉상 제막식 및 23주기 추모식에서 "포기나 좌절 없이 항상 도전했던 창업자의 행보처럼 HD현대 또한 새로운 도전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이어 "세계 1위 조선회사를 넘어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HD현대 권오갑 회장, 정 부회장,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참석했다. 권오갑 회장은 추모사에서 "창업자의 유지를 이어받아 HD현대를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정주영 창업자 흉상 앞에서 헌화 및 묵념을 하고, 창업자 정신을 기렸다. 또한 창업자의 기일인 이날 하루 동안 추모공간을 마련해 임직원과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헌화하며 추모할 수 있도록 했다.

HD현대는 지난해 22주기에도 경기 성남 판교사옥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별도의 추모행사를 열었었다. 사내방송을 통해 추모 특별 영상을 방영했다.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창업자 흉상 제막식을 개최했다.

통상 추모 열기가 높아지는 10, 20주기가 아닌 이상, 가족 차원의 제사 외에 사업장에서 추모 행사를 갖는 것은 HD현대가 유일하다.

■3세 정기선, 정주영 정신 브랜드화
사우디아라비아 장관 등 고위 관료들이 한국을 찾을 때, 정 부회장이 직접 안내하는 곳 역시 울산 현대중공업 내 정주영 창업자 흉상 앞이다. 정 부회장은 조부의 중동건설 신화를 브랜드화하며, 사우디 네옴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HD현대는 정주영 창업주의 대표 어록인 "임자 해봤어?"를 활용한 브랜드 광고를 선보여, 폭발적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 광고는 당시 게시 3개월 만에 조회수가 2000만회를 돌파, 2030대를 대상으로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으로도 대성공을 거뒀다. 해당 광고를 통해 HD현대는 자율운항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 수소충전소 등 3세 정기선 부회장의 간판 신사업을 십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창업주 정신의 강조는 3세 정기선 부회장의 신사업 추진과 맞닿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그룹 창립 50주년(2022년)을 기점으로 전통 산업구조에서 탈피,수소·에너지·인공지능(AI)·로봇 등 업종을 넘나들며 신사업으로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CES에서 각각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그룹의 새 비전으로 제시, 육·해상에서의 신사업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역사, 헤리티지(유산)구축이 글로벌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진다는 판단 하에, 정주영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며 "미래 사업에 대한 도전과 창업주 정신의 콘셉트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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