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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행" 창극 '리어' 2년만에 재연...노자 철학 입은 셰익스피어 비극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8 08:41

수정 2024.03.08 08:41

국립창극단 '리어' 공연. (사진=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국립창극단 '리어' 공연. (사진=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국립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을 창극화한 작품 ‘리어’가 초연 2년만에 돌아온다.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에 따르면 ‘리어’가 3월 29일~4월 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른다.

지난 2022년 초연 당시 서양 고전을 우리 언어와 소리로 참신하게 재창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무용⸱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정영두가 연출과 안무를, 한국적 말맛을 살리는데 탁월한 극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맡았다. 음악은 창극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에서 탄탄한 소리의 짜임새를 보여준 한승석이 작창하고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했다.

국립창극단 ‘리어’는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2막 20장에 걸쳐 그려낸다.
원작을 보면서 ‘천지불인(天地不仁, 세상은 어질지 않다)’이라는 노자의 말을 떠올린 배 작가는 삶의 비극과 인간 본성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불리는 노자 사상과 엮었다.

물의 철학을 근간으로 한 극본에 맞춰 무대도 자연스럽게 ‘물’의 이미지로 구현된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은 무대에 총 20t 물을 채워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의 변화로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을 표현했다. 배우들은 15cm 높이의 물을 헤치며 걷거나 뛰고, 넘어져 허우적거린다.

등장인물이 온몸으로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사방으로 튀고 흩어지는 물이 감정을 배가시키고, 극 후반부 왕국을 놓고 벌어지는 수상전투 장면에서는 천둥과 뇌우를 표현한 조명이 어우러져 비장미와 비극성을 극대화한다.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리어왕과 그의 신하 글로스터 백작 역을 맡아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의 ‘작은 거인’ 민은경은 막내딸 코딜리어와 광대를 오가는 1인 2역으로 극과 극의 매력을 펼친다.
이소연이 첫째 딸 거너릴을, 왕윤정이 둘째 딸 리건을 연기한다. 에드거 역의 이광복, 에드먼드 역의 김수인 등 열다섯 명의 소리꾼이 극한의 에너지와 기량으로 무대를 압도한다.


한편, 창극 ‘리어’는 오는 10월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인 영국의 바비칸센터에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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