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청년들이 결혼해 아이 낳고 싶은 나라를 만들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5 18:47

수정 2024.03.05 18:47

청년 학업·주거 등 종합대책 내놓아
실패한 저출산 해법 새 마중물 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열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열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000만 청년들을 위한 종합판 지원정책을 정부가 5일 내놓았다. 학업과 주거, 재산형성, 감세 등 생애주기별 대책이 망라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올해부터 기초·차상위 가구의 모든 자녀가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받는다. 저소득층 근로장학생도 14만명으로 2만명 늘린다.
청년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분양 6만1000가구, 공공임대 5만1000가구를 연내 공급한다. 또 분양대금의 최대 80%를 2%대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청년 주택드림 대출도 신설한다. 청년도약계좌도 가입요건을 가구소득 중위 250% 이하로 낮춰 재산형성을 지원한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 전액을 비과세하는 방안이다. 한부모가족 양육비 선지급제도도 내년에 도입한다. 통학 등으로 주소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청년들에게 지역 주민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 '생활인구' 대책도 시선을 끈다. 일부 재탕 대책도 있으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결혼·출산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긴요한 몇몇 참신한 정책은 잘 추진하면 실효성이 기대된다.

기업 출산장려금 감세는 최근 부영그룹이 직원 자녀 1명당 1억원을 지급하면서 꺼낸 화두가 곧바로 이행된 것이다. 증여방식으로 세금을 줄여 출산한 직원을 지원했는데, 정작 출산장려금 제도를 이행한 기업은 감세혜택이 전혀 없었다. 기업형 출산장려금 비과세를 정부가 신속하게 도입해 확산을 유도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주거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양질의 저출산대책이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안정적 거주지를 장만할 여력도, 조건도 갖춰지지 않아서다. 청년 직장인이 월급 한 푼 쓰지 않고 15년 넘게 모아야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니, 제 힘으로 내집 마련은 요원한 일이다.

양육비는 또 어떤가. 신혼부부가 아이를 1명 낳아 키우는 데 월평균 140만원가량 필요하고,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20~40대의 22%가 '경제적 불안정'을 이유로 꼽았다는 조사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러니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는 게 쉬운 선택이 아니다. 여성의 첫째아이 출산연령은 지난해 33세까지 올라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9.7세에 비하면 갈수록 출산이 늦어지는 것이다. 둘째 이상 출생아는 9만1700명으로 5년 만에 40% 급감했다. 이런 것들이 축적돼 지난해 23만명의 역대 최저 출생아, 0.6명대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로 추락한 것이다.

이번 대책의 수혜자인 청년인구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19세부터 34세 청년인구는 2027년 1000만명 선이 무너진다. 2050년엔 510만명으로 반토막난다. 미래 청년이 될 14세 이하 유소년은 현재 548만명에서 2031년 400만명 아래로 떨어진다. 정부가 지난 20여년간 저출산 대응에 380조원을 쏟아부은 결과가 이렇다니 참담할 따름이다. 명확한 실패다.

청년의 힘이 곧 국가의 활력이다. 이번 청년대책이 새로운 저출산 해법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여성의 '독박육아'와 경력단절, 비싼 집값, 과잉 사교육, 차별적 육아휴직과 불이익 등 청년들이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도 파악하고 창의적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그들의 요구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파헤치는 첫걸음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