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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인대 개막식에 쏠리는 눈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3 15:18

수정 2024.03.03 15:18

경기 부양책, 경제 성장률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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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전인대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전인대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발언하는 리창 중국 총리의 입에 세계 경제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리 총리가 전인대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올 경제 성장률 목표치와 부동산 둔화 대책 등 경기 부양책 등을 밝힐 계획이기 때문이다.

성장률 목표치는 중국 당국이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5% 내외를 천명할 것으로 보는 견해에 이견이 없다. 성장률 1%에 250만명 가량의 고용 유발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최소 5% 가량의 성장은 유지하겠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입장이다.


주택 시장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리창 총리의 메시지의 내용과 강도도 관심사이다. 지난 2월 29일 시진핑 국가 주석이 주재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강화하고, 통화 정책은 유연하고 효과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주택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여 메시지로 해석된다. 대출 부담을 낮추고 시중 유동성 확대를 위해 그동안 조심스럽던 정책 당국이 정책 금리 인하 등 각종 정책 수단 활용에 더 대담하게 나올 수 있게 됐다는 전망이다.

앞서 2월 5일부터 20일 사이 중국 당국의 독려 아래 시중 은행들이 부동산 개발업체에 투입한 융자액이 113억 위안(약 2조원)에 달한다는 사실도 조심스럽던 중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28일 21세기경제보도 등 매체들에 따르면, 어려움에 빠진 개발업체들을 돕기 위한 '화이트리스트'에는 총 5349건의 프로젝트가 포함됐고, 이 가운데 162개 프로젝트가 294억3000만위안(약 5조40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 정치국이 정부 업무보고 초안에 관해 토론했으며 이 자리에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적절하게 강화되고, 내수 확대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대외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는데 입장을 모았다고 전했다.

5일 정부업무 보고에서 리창 총리는 경제정책 추진 방향, 국방예산 등 부문별 예산, 대외 관계 등 외교의 기본 틀에 대해서도 밝힌다. 경제 침체 속에서도 전방위적인 안정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얼마나 국방 예산을 증액할 지도 관심사이다. 중국은 지난해 국방비 지출을 전년도에 비해 7.2% 늘어난 1조5537억 위안(약 293조원)로 설정했었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 7.1%를 조금 웃도는 것으로 2013년의 국방 예산보다 2배 커진 수치이다.

시진핑 주석이 전인대 기간에 내놓을 대미 메시지 수위도 주목된다. 미중 관계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안정적인 관리 상태로 들어갔고, 미국이 선거를 앞두고 있어 대미 입장에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루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 대선에 관한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작다"면서 "중국 측에서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 구축을 위한 자국의 희망과 노력을 단호하게 표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전인대와 정치협상회의가 중국 고고도 기구(풍선)가 미군에 격추된 직후 열리면서, 시 주석이 "미국 주도의 서방 세력이 중국을 전면적으로 봉쇄·포위·억압했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했던 친강 당시 외교부장도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아무리 많은 가드레일이 있어도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었다.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목거리이다. 대만은 지난 1월 친미적인 집권 여당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새 총통에 당선돼 오는 5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편, 친강 전 부장의 갑작스러운 낙마로 왕의 정치국 위원이 겸임하고 있는 외교부장 인선이 이번 전인대 기간 이뤄질가능성이 높다. 후임은 류젠차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유력하다.

중국은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14기 2차 회의를 시작으로 올 해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열흘 정도 진행한다. 5일에는 최고 입법기관인 전인대 14기 2차 회의가 개막된다.

입법·인사 권한을 가진 전인대 회의에서는 주요 법률의 제정과 고위급 인사 등이 이뤄진다.
중국공산당이 실권을 쥔 독주 체제에서, 입법과 인사 결정은 전인대를 통과시킴으로써 공식화한다. 정협은 공산당과 이외 집단 간의 연대·협력 등 ‘통일전선’을 담당한다.
8개 군소 ‘민주당파’와의 합작과 정치적 협상이 이뤄지고, 사회·경제·문화 생활의 중요 문제를 토론하는 등 ‘협치’의 기능을 한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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