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뛰쳐나간 건 전공의들인데… 매 맞는 건 남은이들 몫 [현장르포]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2 18:21

수정 2024.02.22 18:21

의료대란 빠진 대학병원… 지쳐가는 간호사들
"비번인데 연락말라" 타박에 위축
전임의·교수에 직접연락 부담 커
환자 갈등 해결 업무까지 '독박'
입원병동 3분의 1로 줄었지만
소독 등 환자처치 업무 되레 증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병원의 한 간호사실 앞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병원의 한 간호사실 앞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전공의 대신 교수님이나 전임의에게 환자상태보고를 하고 있어요. 전체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소독·드레싱 작업도 다소 늘었습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흘째인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환자들로 붐볐다. 전공의가 맡던 업무를 교수, 전임의들이 담당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전공의가 빠지면서 환자에게도, 교수나 전임의 에게도 감정적 부담이 더 커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공의 대신 교수에 직접 '노티'"

전공의 공백을 가장 크게 느끼는 곳은 병동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처방을 내리거나 처치를 하던 전공의들이 사라지자 간호사들은 전임의, 교수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비교적 현장에서 자주 보던 전공의와 달리 교수나 전임의에게 연락할 일이 많아 업무가 어려워졌다는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서울대병원의 한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전공의 대신 교수, 전임의가 당직을 서기 때문에 '노티(notification·환자 상태 보고)'를 직접 해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전임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전공의에 비해 상주하는 시간이 적어 간호사들이 수시로 환자상태를 보고하는데 부담가는 측면이 있다"면서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전공의에겐 환자 상태가 변할 때마다 수시로 보고했지만 병원에 나가 있는 전임의에게 수시 연락하는것 자체는 좀 꺼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사 B씨는 "어떤 전임의는 (비번인 시간대에) 콜을 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환자와도 갈등이 생긴다고 한다. 간호사 C씨는 "전임의가 일부 병실을 당직실로 만들겠다고 해 환자를 다른 병실로 옮기느라 보호자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다"며 "병원 사정 때문에 병실을 이동해야 한다고 하니 보호자가 안좋은 시선으로 쳐다봐 불편했다"고 말했다.

■"소독·드레싱 하는 일 늘어"

간호사들의 일부 업무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동 간호사 D씨는 "환자 처치를 하다가 우리가 할 수 없을 때 인턴에게 요청하는데 못 오는 일도 많아졌다"면서 "특히 소독, 드레싱같은 처치를 간호사들이 직접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저희 병동은 예정됐던 입원을 모두 취소하고 3분의 1만 가동하고 있다. 의사들이 하던 일의 권한이 우리에게 없기 때문에 일이 크게 넘어온다는 느낌은 없지만 인턴 업무가 넘어오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외래 간호사 F씨는 "업무 부담보다 진료를 하는지 묻는 전화 문의가 크게 늘어 업무에 차질이 생길 정도"라고 했다.

전공의들이 가장 먼저 자리를 비운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세브란스병원에서도 간호사들이 환자들에게 불평을 받는 일이 늘었다.
한 병동 간호사 E씨는 "한층은 병동을 완전히 비우고 교수들이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입원실을 많이 옮기면서 환자나 보호자의 불만이 컸다"고 전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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