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김행 "이번 총선은 한동훈-이재명 대결… 명품백 논란은 정치공작" [fn이 만난 사람]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4 18:19

수정 2024.02.14 18:36

‘불출마 선언’ 김행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본 총선
與 후보 경쟁력 중심 ‘이기는 공천’
野 ‘이재명 방탄공천’과 다를 것
180석 거야에 국정과제 가로막혀
과반 확보해 집권야당 저지해야
개혁신당은 정체성 없는 잡탕밥
이준석, 독자 노선으로 갔어야
장관후보 지명후 가짜뉴스 공격받아... 인사청문회 정책 검증해야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4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4.10 총선전망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4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4.10 총선전망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 구도를 '한동훈 vs 이재명 대결 구도'로 설정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가 어느 정도 국정 성과를 내려면 반드시 원내 과반 의석이 필요한데 긴급 구원투수로 투입된 한동훈 비대위원회의 역할에 높은 기대감을 표명한 것이다.

최근 김 전 비대위원은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결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과정에서 제기한 배임 의혹과 관련,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가 나왔음에도 이같이 결정한 건 당에 일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김 전 위원은 서울 동대문을 단수공천이 확정된 김경진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도맡아 총선에서 총력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주연'보다는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조연'을 자처한 것이다.

김 비대위원은 14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사옥에서 실시한 인터뷰에서 총선 전망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당시 소회를 밝혔다.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을 거쳐 정계에 뛰어든 김 전 비대위원이 바라본 이번 4·10 총선 구도는 심상치 않다. 특히 김 전 비대위원은 "'여의도 사투리'를 거부하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가져올 흑백 싸움이 주목된다"고 말한다.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해서는 "프레임 싸움에서 지지 않아야 한다"며 "치밀하게 계획된 정치공작인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과의 일문일답.

대담=정인홍 정치부장·부국장

─제22대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아주 심플하다. 총선은 늘 구도싸움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이번에는 한동훈 대 이재명이다. 두 사람이 흑백처럼 선명히 대비되는 구도다. 긴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에 국민들도 선택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 몇 석을 가져오느냐가 중요하다. 몇 석 차이로 이길 거냐, 그것이 관전 포인트다.

─지금까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당이 힘들 때 마지막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한 위원장이다. 전국 일정은 선거를 앞둔 당대표의 일반적 행보인데 한 위원장이 돌아다니면서 민심을 확인하셨다고 본다. 이분의 가장 큰 장점은 사건의 본질을 굉장히 신문의 헤드라인처럼 확실하게 뽑아서 가져가는 것이다. 그게 여의도 문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정말 중요한 자질이다.

─기존 여의도 문법과 한 위원장의 차이점이 있다면.

▲정치적인 말은 각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다. 거칠게 가짜뉴스나 욕을 하는 쪽으로 가거나,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식의 표현을 하는 것이다. '폴리티컬리 코렉트(Politically correct·정치적 올바름)'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한 위원장은 팩트(사실) 기반 코렉트(correct·올바름)를 쓰는 것 같다. 모든 걸 심플하게 표현하는 것 같다. 그 예로 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사람들은 잘 이해를 못하는데 한 위원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국회의원을 시켜주기 위한 선거제도(민주당에서 공천받기 힘든 조 전 장관이 뒷문으로 우회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는 제도)"라고 표현한다. 이런 표현은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와닿는다.

─이기는 공천이란.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을 한다. 민주당은 친이재명 공천을 한다.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맡았었는데, 그때 공천의 기준도 이기는 공천이었다. 이기는 공천은 곧 시스템 공천이다. 경쟁력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바로 나타난다. 당연히 A 후보보다 B 후보의 지지가 많으면 B 후보에게 공천을 줄 수밖에 없다. 이기는 후보를 버리고 질 수는 없다. 특히 국민의힘은 절박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물갈이나, 신인과 현역이 공정한 경쟁을 가능하게 해서 균형을 맞추는 식의 고민은 하게 된다.

─시스템 공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민들도 공천의 과정을 다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이 친명계 위주의 공천을 하는 것도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을 한다. 전직 장관이나 측근들을 험지로 빼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집권여당은 측근들에게 좋은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험지로 뺀다. 이기는 공천을 하는 정당과 이재명 방탄을 위한 정당은 다를 수밖에 없다.

─윤심(尹心) 공천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강단이 있다. 예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공동목표는 국회에서 과반을 확보하는 것, 즉 총선 승리다. 공동목표가 다를 수가 없다. 국민의힘이 반드시 총선에 승리해야 남은 3년 동안 국정운영을 잘할 수 있다. 180석의 집권야당 앞에서 국정과제 법안 대부분을 통과시킬 수 없었다. 최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도 집권야당이 저지시키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개혁을 할 수 없는 구도다.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있다고 보는가.

▲어떤 일이 있으면 그 사건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명품백 수수 의혹의 본질은 '친북 목사에 의해 2년간 준비된 치밀한 정치공작'이라는 것이다. 치열한 공작을 완성하기 위해 몰래카메라와 파우치를 활용했고, 심리전을 썼다. 김 여사가 자신을 먼저 신뢰하게 만들었다. 김 여사가 최 목사에게 '어머니가 억울하게 감옥에 가 있고, 목숨을 끊을까를 하루에도 수십번 진지하게 고민할 때 대화 상대를 해주셨던 분'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가장 공격을 받을 당시 친구였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김 여사는 최 목사를 믿었다. 그런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은 할 자리가 아니다'라고 목사에게 하소연했겠는가. 목사라는 특수 신분이라는 점도 그 관계에 있어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 국민의힘은 여론전에서 밀렸다. 완전히 프레임에 갇혀버려서 대응을 잘못했다. 최근 영화 '건국전쟁'이 좋은 평가와 반응을 받은 것도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프레임을 거둬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모든 사건은 규정을 명확히 해야 프레임전에서 밀리지 않는다.

─민주당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결정으로 여야 모두 위성정당을 준비 중인데.

▲민주당의 결정으로 자매정당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정치현실이 왜곡되고 있다. 준연동형은 다원화와 다당제를 위한 제도인데 현실은 그렇게 가고 있지 못하다. 이런 결정이 집권야당의 횡포다. 위성정당을 만들려면 당 대표와 최고위원도 있어야 하고, 공천관리위원회도 꾸려야 하는 등 정당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이 대표의 결정으로 위성정당이 불가피해졌다. 기이하고 기형적이다. 이것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으로 본다.

─제3지대 개혁신당의 영향력은 어떻게 보는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힘들어도 독자세력으로 갔으면 장기적으로 정치적 미래를 그릴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잡탕밥이 됐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치적 색이나 지지 기반이 같다고 볼 수 없지 않은가. 당의 정체성을 알 수 없다. 당은 같은 정치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집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어떤 철학을 공유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실망한 이들이 다시 국민의힘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리=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