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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日선사 MOL과 액화수소운반선 사업 손잡은 배경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4 15:27

수정 2024.02.14 15:27

HD현대, 수소사업 한국-호주-일본 연합체제 구축 日 MOL 등 4자간 협력틀 마련...시장 선점 포석 "수소 시장, 일본, 싱가포르부터 열릴 것"
HD한국조선해양이 2030년을 목표로 개발에 나선 대형액화수소운반선 조감도. HD한국조선해양 제공
HD한국조선해양이 2030년을 목표로 개발에 나선 대형액화수소운반선 조감도. HD한국조선해양 제공
[파이낸셜뉴스] HD현대가 대형 액화수소운반선 시장 선점을 위해 한국, 호주, 일본 등 3개국·4개사와 글로벌 연합체제를 구축했다. 일본, 싱가포르 중심의 수소시장 전개에 대응한 포석이다.

HD현대의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호주 최대 에너지 기업인 우드사이드에너지, 현대글로비스, 일본의 글로벌 선사인 MOL(상선 미쓰이)과 함께 액화수소 운송 밸류체인 개발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2022년부터 HD한국조선해양, 우드사이드에너지, 글로비스 등 3자가 추진해 온 액화수소 해상 운송 사업에 일본 MOL이 전격 합류하면서 3개국, 4개사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각사는 이번 4자간 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수소해상 운송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로서는 MOL의 사업 참여로 향후 일본 수소운반선 시장을 향해 성큼 다가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를 중심으로 가장 먼저 수소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수십 년간 일본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분야에서 독보적 노하우를 쌓아온 MOL의 합류로 국제 수소 운송 사업 모델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MOL은 일본의 액화수소 해상운송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JSE오션에 지분투자를 하는 등 액화수소운송과 관련된 사업에 관여도를 높이고 있다. MOL은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액화수소 운반선 운영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선박 운항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한다.

양해각서 체결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2030년까지 기술적, 상업적으로 운용 가능한 대형 액화수소운반선 개발을 담당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국내 최초로 LNG·수소 혼소엔진을 개발한 데 이어, 2023년 세계 최대 선급 협회인 DNV선급에서 자체개발한 대형수소운반선 수소화물시스템에 대해 개념승인(AIP)을 획득했다. 미국선급협회(ABS)를 비롯한 14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6월엔 세계 최대인 16만 제곱미터(㎥)급 액화 수소 화물창 개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번 3국 프로젝트에서 호주 우드사이드에너지는 액화수소 시장을 개발한다. 우드사이드에너지는 지난해 싱가포르 케펠 데이터 센터와 액화수소를 공급하기로 합의하는 등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장광필 미래기술원장은 "이번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뿐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 기회까지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향후 액화수소운반선 시장을 놓고, 한일이 경쟁체제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고있다. 업계 추정 상용화 시점은 대략 2026~2027년께다.
현재로선 일본이 한 발 앞서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와 가와사키중공업은 호주에서 일본으로 액화수소를 실어나르는 국제프로젝트에 대한 실증 사업을 마치고, 수소해상운송과 관련한 국제표준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액화수소운반선 분야에서 일본이 한 발 앞섰다고는 하나, 기술격차 자체는 크지 않다"면서 "다만, 국내에서는 액화수소 인수 기지 등 수소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지 않아, 시장 초기엔 일본,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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