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주담대 증가세 여전하네”...은행권 가계대출, 10개월째 증가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4 12:00

수정 2024.02.14 12:00

1월 가계대출 3.4조 늘어나며 전월보다 증가폭↑
주담대 4.9조↑...“역대 1월 중 두 번째로 큰 수준”
“시장금리 하락에 주택거래량 예상보다 덜 줄어든 결과”
신생아특례대출·대환대출 인프라 영향은 제한적
지난달 1월 15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뉴시스.
지난달 1월 15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3조원 넘게 늘어나며 10개월째 증가했다. 당초 가계대출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보다 증가폭이 오히려 늘었다. 예상보다 주택 거래량이 더디게 감소한 가운데 시장금리 하락에 힘입어 주택담보대출이 역대 1월 중 두 번째로 크게 상승한 결과다.

14일 한은이 발표한 ‘2024년 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9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하며 1100조원에 근접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폭은 다시 반등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10월 6조7000억원, 11월 5조4000억원, 12월 3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둔화했으나 지난달 3조4000억원 늘어나 증가폭을 키웠다. 앞서 한은은 “10월부터 주택거래가 위축되고 있어 주담대가 계속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1월과 2월 명절 상여금 유입 등으로 기타대출도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주담대는 4조9000억원 늘어나며 역대 1월 중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4년 1월 이후 두 번째로 크게 상승했다. 원지환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해 시장금리 하락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주담대 증가 압력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주택 매매 거래량이 예상보다 덜 줄어든 것도 영향을 끼쳤다. 원 차장은 “주택 거래량은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주담대 증감폭에 반영되는데 주택매매거래가 예상보다 조금 덜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다만 주담대 자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월 3만7000호 △9월 3만4000호 △10월 3만2000호 △11월 2만7000호 △12월 2만4000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다만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모기지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원 차장은 “신생아특례대출 신청 자금의 대부분이 대환 자금으로 구성됐다”며 “특례보금자리론과 달리 소득 요건도 일정 부분 제한됐고 2023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를 둔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등 제약 요건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환 대출 인프라에 대해서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기엔 대출 한도가 기존 대출의 잔여 금액으로 제한되고 있다”며 “자체 모니터링 결과 대환 대출 인프라 자체의 영향은 크지 않고 은행들이 개별 상품의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서는 것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타대출은 연초 상여금 유입 등으로 1조5000억원 줄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다만 분기말 부실채권 매·상각 효과가 있던 전월(-2조원)에 비해 감소폭은 축소됐다.

은행 기업대출은 6조7000억원 늘어나며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했다. 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이 몰리며 대기업(5조2000억원)과 중소기업(1조5000억원) 모두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 대출은 전월에 2조원 감소했으나 지난해 말 일시상환된 대출이 재취급되면서 운전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상당폭 증가하며 역대 1월 기준으로 통계속보치가 작성된 2009년 6월 이후 3번째로 큰 수준으로 뛰었다.

회사채는 4조5000억원 순발행되며 1월 기준 통계 편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원 차장은 “기관 투자자들이 연초에 자금 운용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하 기대로 투자 수요가 높아졌고 기업들이 지난해 말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 때문에 올해 1월로 발행을 많이 미뤘다”며 “회사채 발행 만기가 많이 돌아오는 올해 1·4분기에 맞춰 기업들이 선차환목적으로 우량등급을 중심으로 발행을 늘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전월에 4조6000억원 순상환됐던 기업어음(CP) 및 단기사채도 우량물을 중심으로 6조6000억원 순발행됐다.

은행 수신은 지난달 28조8000억원 감소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이 전월 일시 유입된 법인자금 유출, 부가가치세 납부수요 등으로 55조2000억원 감소한 결과다. 정기예금의 경우 은행의 규제비율 관리를 위한 자금 유치 노력 등으로 법인 및 가계 자금을 중심으로 16조6000억원 증가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36조2000억원 유입되며 한 달 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머니마켓펀드(MMF)는 연말 자기자본비율 관리 등을 위해 인출되었던 은행 자금이 재예치되고 국고여유자금도 유입되면서 26조1000억원 증가해 전월(-20조6000억원)에 비해 상당폭 늘었다. 채권형 및 기타펀드로도 각각 5조원, 4조7000억원 유입됐다.
주식형 펀드는 1000억원 감소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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